삼성, 정기상여금 600% 반영…기본급은 1.9% 인상 그쳐
LG 전자계열 3社 기본급 동결…車·조선업은 협상 진통 클 듯
○삼성·LG, 발빠른 임금체계 개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임금체계 개편안의 핵심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1임금지급기(한 달)를 초과하지만,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이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 내용을 그대로 수용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 모두 직원들에게 정기상여금 명목으로 주는 월 기본급의 600%를 통상임금에 넣었다. 예를 들어 월 300만원의 기본급을 받는 A직원을 가정해보자. 이전까지는 두 달에 한 번씩 기본급의 100%(300만원)씩을 상여금 명목으로 줬다면, 앞으로는 연간 지급하는 정기상여금 1800만원(600%)을 12등분해 매달 150만원씩을 기본급에 추가해 준다는 얘기다.
두 회사는 이렇게 통상임금 범위를 조정했을 때 발생할 인건비 상승 부담을 줄일 보완책도 비슷하게 내놨다. 바로 예년 대비 임금인상률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서 올해 임금 인상률을 최저 1.9%로 정했다. 여기에 호봉승급분과 고과에 따른 성과급을 포함해 △부장급 1.9~3.4% △사원 1.9~8.9% 등으로 인상률을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따져볼 때 올해 임금인상률은 4.4% 정도”라며 “작년 5.5%보다 낮췄다”고 설명했다.
LG 계열사들도 비슷하다. LG전자의 경우 생산직 직원은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월 기본급 인상분을 감안해 추가 임금 인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사무직은 개인별 성과지표에 따라 연봉 협상 때 임금인상 폭을 결정하기로 했다.
○다른 기업들은 어떻게…
삼성전자, LG전자에 이어 다른 기업들도 임금체계 개편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이들 두 기업과 달리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LG전자와 달리 상당수 기업은 통상임금 범위에 해당하는 정기상여금 지급액이 상당한데다 휴일근로 등 초과근로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현대자동차다. 현대차는 지난해 임단협에서 통상임금의 500%, 격려금 870만원을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여기에다 울산 등 주요 공장에서 연장근로, 휴일근로를 하는 근로자도 많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대로 통상임금 범위를 조정하면 연간 인건비 추가부담이 최대 1조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2012년 기준 연간 급여 총액이 5조6440억원이니 25%에 달하는 인건비가 늘어나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지난 1월 노조와 ‘임금체계제도개선위원회’를 발족했지만 노사 상견례만 했을 뿐 아직까지 입장 교환도 하지 않았다.
재계는 자동차, 부품, 조선, 중공업 등 생산직 근로자가 많은 업종 기업들이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데 부담이 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법원에서 통상임금을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통상임금 판결로 기업들의 인건비가 상승해 한국 산업경쟁력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중소·중견기업들이다. 대기업들은 그나마 인건비 부담을 감내할 수 있지만 자금여력이 달리는 중소기업들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홍보기획본부장은 “노조가 강성인 중소 부품업체들은 자금 여력도 없는데다 노조 입김에 휘둘릴 가능성이 많아 인건비 상승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넣을 경우 영업적자를 내는 기업들이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통상임금
연장, 야간, 휴일근로 가산수당 산정 시 기초가 되는 것으로, 통상적으로 사업장에서 일하고 받는 임금. 대법원은 근로의 대가이면서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통상임금이 많아지면 일차적으로 각종 수당이 증가하고 이차적으로 퇴직금 등이 늘어난다.
이태명/최진석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