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못 내"…과세불복 사상 최다
지난해 과세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를 요청한 건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심판 청구 내용이 합당하다며 청구인의 손을 들어준 비율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내세워 세수 확대에 나서는 과정에서 무리한 징세행정을 펼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7일 국무총리실 신하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과 기업이 정부 과세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를 요청한 건수는 7883건으로 전년보다 1459건 증가했다. 2008년 조세심판원 설립 이후 최대치다. 증가율(22.7%)만 따져도 사상 최고 수준이다. 그만큼 조세 저항이 컸다는 의미다.

납세자가 정부의 과세에 불복할 경우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하는 방법 외에도 국세청에 이의신청을 하거나 감사원에 심사청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 관련 수치를 보면 조세심판원의 심판 청구 건수가 전체 조세불복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사실 그동안 전문가들은 조세심판원의 심판 청구 건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청구인의 70% 이상이 수도권 거주자인데 서울에 있던 조세심판원이 정부세종청사로 옮겨 갔기 때문이다. 서울 창성동의 조세심판원 별관에서 영상 진술로 심판을 진행할 수 있지만 이용자는 한 달에 두세 명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청구인들이 서울 기준으로 왕복 네 시간을 들여 조세심판원을 찾았던 것. 이상헌 조세심판원 행정실장은 “부당한 세금 부과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권리 의식이 많이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 과세가 잘못됐다며 청구인의 심판 청구를 인용한 비율(국세청 패소율)도 국세(관세 포함)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인 32.9%를 기록했다. 이전 최고 수준은 2009년의 29.2%였다. 조세심판원의 결정으로 지난해 국민에게 돌려준 세금액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다만 이낙연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과세에 불복한 개인과 기업에 정부가 환급한 세금(환급일 기준)은 8121억원에 달했다. 2012년 같은 시기(3604억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