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사건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다 자살을 시도한 조선족 김모씨(61)가 국가정보원에 고용돼 문서 위조 대가를 받기로 한 정황이 담긴 유서가 7일 공개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동안 간첩 혐의로 기소된 유우성 씨(34)와 관련, 위조 의혹이 제기되는 서류 중 중국 싼허 변방검사참(출입국사무소)의 정황설명에 대한 답변서를 국정원에 전달한 인물로 지목돼 왔다.

그는 이날 공개된 A4용지 4장 분량 유서에서 자신의 두 아들에게 “국정원에서 가짜 서류 제작비 1000만원, 2개월 봉급 600만원을 받아야 한다”며 “변호사를 구해 내가 검찰과 국정원에서 진술한 내용을 살펴본 뒤 국정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서는 “지금 국정원은 ‘국조원(국가조작원)’이니 이름을 국민생활보호원, 국보원으로 바꾸고 거기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합당을 앞둔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무소속 의원에게는 “이 사건을 창당이나 정치에 악용한다면 내가 하늘에서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 소속 노정환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에게 “유씨는 간첩이 분명하지만 증거가 없어 처벌이 불가능하다면 추방이라도 하라”고 썼다. 김씨는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의 3차 소환조사를 받은 지난 5일 오후 숙소로 돌아와 자살을 시도했다. 그는 검찰 소환 당시 관련 서류 위조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김씨의 유서에 나오는 ‘가짜 서류’는 싼허 변방검사참 관련 문건이 아닌 별개의 서류”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이날부로 이번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에서 ‘수사’ 체제로 전환하고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검사장)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파견했다.

검찰은 김씨 진술과 국정원의 해명이 엇갈림에 따라 국정원이 문서 위조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씨를 통한 문서 입수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된 국정원 대공수사팀 소속 직원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