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강남·판교·송도…돈 되는 '외국인 임대'
지난해 12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용산의 ‘더 프라임’ 주상복합아파트는 요즘 미8군에서 근무하는 미군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아파트다. 새 집인 데다 전망도 좋아서다. 노후 대비로 이 아파트 전용 126㎡를 분양받은 장현석 씨(61)는 지난달 25일 미8군 소속 대령을 세입자로 들이고 미8군과 월 325만5000원에 월세 계약을 맺었다. 보증금으로는 한 달치 월세를 선불로 받았다. 장씨는 “한국인을 상대로 더 많은 보증금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월세를 받는 데 속 썩을 염려가 없는 미군 측과의 계약이라 외국인 임대를 택했다”고 말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임대시장에서 외국인이 주요 세입자로 떠오르고 있다. 7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국내 거주 외국인(작년 말 기준)은 157만6034명으로 한국 인구(5115만6168명·안전행정부)의 3%에 달한다. 10년 전(2003년 62만8860명)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수입차업체 등 해외 기업이 잇달아 국내에 진출한 데다 국내 기업의 외국인 전문 인력 영입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외국인 거주자 수는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업계에선 지난해 기준 전국의 외국인 임대시장 규모를 3조8000억여원(79만가구), 이 중 서울은 8000억여원(10만가구)을 웃돌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0년 전보다 세 배가량씩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가구(2~3인 기준)당 외국인 월평균 임대료로 서울 70만원, 서울을 제외한 전국 평균 40만원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서울은 주상복합아파트 등 고급 주거시설이 많아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높다”며 “지방은 서울의 절반 이하”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거주 지역도 미군 부대와 대사관을 중심으로 한 서울 용산·이태원·한남동에서 벗어나 서울 광화문과 강남, 인천 송도, 성남시 판교 등으로 다양해지는 추세다. 동대문 근처의 ‘중앙아시아촌’, 구로·금천 일대의 ‘조선족타운’은 아예 마을을 이룬 경우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전·월세 과세 강화 방침으로 외국인 임대사업은 더 주목받고 있다. 외국인 세입자는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게 보통이고 국내 세법에 근거한 소득공제 신청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집주인의 임대소득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