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옥션이 12일 봄철 경매에 추정가 1억9000만~3억원으로 내놓은 미국 팝아트조각가 로버트 인디애나의 ‘AMOR(사랑)’.
K옥션이 12일 봄철 경매에 추정가 1억9000만~3억원으로 내놓은 미국 팝아트조각가 로버트 인디애나의 ‘AMOR(사랑)’.
지난달 런던 미술품 경매시장에 4억1300만파운드(7300억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미국과 유럽 경제 회복세에 맞춰 크리스티와 소더비의 런던 경매 낙찰률이 80%를 웃돌면서 세계 미술시장이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 7년간 꽁꽁 얼어붙었던 국내 미술시장에도 봄바람이 불까.

국내 시장의 방향타 역할을 하는 메이저 경매가 잇따라 열린다. 아이옥션(11일)과 K옥션(12일), 서울옥션(27일) 봄철 경매에 국내외 인기 작가의 작품과 도자기 고서화 등 700여점(추정가 총액 110억원)이 출품된다. 그동안 관망세를 보였던 ‘큰손’ 컬렉터들이 투자 쪽으로 방향을 틀지 주목된다.

◆16세기 불화 10억원에 경매

서울옥션은 고미술품과 국
서울옥션이 추정가 10억원에 출품한 16세기 불화 ‘아미타팔대보살도’.
서울옥션이 추정가 10억원에 출품한 16세기 불화 ‘아미타팔대보살도’.
내 근·현대미술, K옥션은 국내 및 해외 유명작가 작품과 ‘전두환 일가 컬렉션’을 전략 상품으로 내걸었다. K옥션은 미국의 팝아티스트 로버트 인디애나, 서울옥션은 16세기 불화와 안중근의 유묵을 각각 선보인다. 로버트 인디애나의 1998년 작 ‘AMOR’(65.4×80㎝)는 추정가 1억9000만~3억원으로 워싱턴국립미술관 조각공원에 설치된 것과 같은 작품이다. 사랑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단어 ‘AMOR’. 이 중 ‘AM’을 ‘OR’ 위에 올려놓고 ‘O’를 살짝 기울인 디자인에 빨간색을 칠해 강렬한 인상과 극적인 긴장감을 자아낸다.

서울옥션은 서울 평창동 옥션하우스에 16세기에 제작된 선묘불화 ‘아미타팔대보살도’(54.8×73.5㎝)와 안중근 의사의 유묵 ‘경천(敬天)’을 내놓았다.

추정가 10억원인 ‘아미타팔대보살도’는 붉은색 바탕의 한가운데 아미타여래를 중심으로 8명의 보살을 배치해 안정된 구도와 공간감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안중근의 유묵 ‘경천’은 1910년 뤼순(旅順) 감옥에서 쓴 글씨로 ‘하늘을 공경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감정가는 7억5000만원.

◆김환기의 십자구도형 추상화 눈길

양대 경매회사는 미술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가격 조정을 비교적 적게 받은 ‘블루칩’ 작가 김환기, 이대원, 오치균에게 무게를 실었다. 서울옥션은 미술시장의 ‘대장주’ 김환기의 1960년대 작 ‘섬’(91×61.5㎝)을 추정가 7억~8억원에 출품했다. 섬을 중심으로 낮은 산등성이와 구름이 떠 있는 바다 풍경을 특유의 파란색 및 흰색으로 채색한 작품이다.

‘색채의 화가’ 이대원의 작품 7~8점도 내놓는다. 1970년대 작 ‘과수원’(1억800만~2억5000만원)을 비롯해 ‘연꽃’(1억2000만~1억8000만원), 1962년 작 ‘능선’(9000만~1억5000만원) 등이 나온다.

K옥션은 역시 김환기의 1969년 작 십자구도형 청색화 ‘24-Ⅵ-69 #80’를 경매한다. 김 화백이 뉴욕에서 활동할 때 제작한 서정적 추상 작품으로 추정가는 1억8000만~2억원이다. 50대 스타 작가 오치균의 유화 9점도 한꺼번에 경매에 부친다. ‘장독’(7000만~1억4000만원), ‘진달래’(8000만~1억5000만원), ‘사북-집’(2200만~4000만원) 등이 눈길을 끈다.

고미술 경매회사 아이옥션은 가야시대 토기(1억2000만원), 분청사기 연학문편형주전자(1500만~2500만원), 조선시대 백자 반합(2500만~4000만원), 조선 말기 화가 김철수의 습작도(1200만~2000만원) 등 204점을 경매한다.

프리뷰는 서울옥션 강남점에서 8~16일, 평창동 경매장에서 21~26일 진행된다. K옥션은 강남구 신사동 경매장에서 11일까지, 아이옥션은 경운동 경매장에서 11일까지 연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최근 미술시장에 국내 부동산 경기 회복에 따른 자산 효과 등으로 투자 가치가 증가하고 있다”며 “7년째 하락세를 이어온 그림값이 해외 미술시장 활황에 힘입어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