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를 본 지인들이 예상을 기분 좋게 빗나간다고 얘기해요. 코믹한 부분이 많아 유쾌하게 봤다고도 하고요. 한마디로 독특하고 신선한 스릴러예요. 주요 캐릭터들을 따라가다 보면 지루할 틈 없이 빨려 들어가다 유쾌하게 마무리되죠.”
태순에게 여동생을 잃은 복순은 언니를 잃은 열 살 여아와 함께 두려움 없이 복수에 나선다. 시골장터 노점에서 채소를 파는 복순은 노점을 철거하려는 용역들에게 거침없이 발길을 날려 ‘미친년’ 소리를 듣는다. 복순의 지능은 약간 떨어져 동반한 여아가 더 어른스러운 데서 웃음이 터진다. 뿐만 아니다. 영화에는 태순의 형, 엄마, 사장 등 다양한 부류의 괴물이 나온다.
“복순은 어른인데도 아이처럼 행동하는 인물이죠. 나쁘게 말하면 이기적인 사람이지만, 지극히 순수한 사람이기도 해요. 두려움이 엄습하면 할 수 있는 것을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가족에 대한 사명감과 분노에서 힘을 얻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스릴러 장르에서 여성이 항상 희생당하고 피해자로 묘사되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아요.”
복순과 은교의 공통점은 뒷일은 제쳐 두고 앞에 놓인 일에만 본능적이며 충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순과 태수는 모두 가족을 끔찍이 사랑한다는 점을 공유하고 있다.
“시작 단계인 제 연기 인생에서 복순과 은교는 모두 독특한 캐릭터란 게 공통점이에요. 제게는 한눈팔지 않고 배우의 길만 가고 싶은 간절함이 있어요. ‘은교’는 배우란 직업에 대한 태도와 마인드를 단단하게 해준 작품이에요. 배우가 소중하고 진지한 직업이라고 말이죠.”
그는 부모님께 배우에 대한 기대감을 낮춰줬다고 한다. 유명해지거나 예쁜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서는 게 자신의 방향은 아니라고 말이다. 연기력으로 인정받아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좋은 배우가 되겠다는 포부다.
“김고은이 출연한 영화라면 보고 싶다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는 차기작인 무협영화 ‘협녀:칼의 기억’에서 함께 출연한 전도연을 존경한다고 답했다.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아서가 아니라 전도연의 발자취를 보면 배우로서 확고한 생각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