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세비야를 현대로 옮겼어요. 미뉴에트 음악에 맞춰 클럽에서 볼 수 있는 춤을 춘다거나 서양의 고전적 인사 대신 악수나 목례를 하는 식이죠. 뮤지컬을 보는 느낌일 수도 있겠네요.”
베이스 바리톤 차정철 씨(사진)는 오는 12~1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 ‘돈 조반니’에서 바리톤 공병우 씨와 함께 주인공 ‘돈 조반니’ 역을 맡았다. 지난 7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오페라를 쉽게 접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모차르트가 이탈리아의 대본 작가 로렌초 다 폰테와 함께 스페인의 전설적 호색한 ‘돈 후앙’의 이야기를 각색해 만든 작품이다. 돈 조반니는 여성을 정복하는 것을 일생의 목표로 삼아 귀족이라는 지위와 매력적인 외모를 무기로 금기를 마다하지 않고 쾌락을 좇는 인물이다.
1787년 프라하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걸작이다. 차씨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메트)에서도 매년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데 항상 매진될 정도”라고 설명했다. 인기의 많은 부분은 돈 조반니란 캐릭터가 갖고 있는 매력 덕분이다.
차씨는 돈 조반니에 대해 “보통 사람들은 암묵적인 사회의 억압을 받아 싫어도 싫다고, 좋아도 좋다고 표현을 하지 못한다”며 “돈 조반니는 그런 것들을 단번에 깨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하인 레포렐로가 지금 우리의 모습이라면 돈 조반니는 우리가 되고 싶어하는 인물상이라는 것이다.
줄리아드를 졸업한 차씨는 올해 세계 최고의 오페라 극장으로 손꼽히는 메트에서 ‘나비부인’의 ‘야마도리’ 역과 ‘아라벨라’의 ‘만드리카’ 역으로 무대에 설 예정이다. 솔로 역할을 맡는 것은 이번 시즌이 처음이다. 내년에는 시카고 리릭 오페라에서 세계 초연되는 오페라 ‘벨칸토’의 주역을 맡는다.
평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2시·7시30분, 일요일 오후 3시, 2만~8만원. (02)586-5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