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사외이사에 '권력기관' 낙하산…올해 신임 10명 중 3명 감독기관·정부 출신
올해 금융권에서 새로 선임되는 사외이사 10명 중 3명이 금융권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감독당국과 정부부처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주주총회에 사외이사 신규 선임 안건을 올린 상장 금융회사는 금융지주(은행), 증권사, 보험사, 카드사 등 모두 25곳으로, 이들은 46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한다. 이들 금융회사가 새로 선임하는 사외이사 가운데 금감원, 감사원,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등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부처와 기관 등의 출신이 전체의 30.4%인 14명이다. 금감원 출신이 4명으로 가장 많고 모피아 출신 3명, 국세청 출신 2명 등이다.

특히 금융회사 업무 특성상 금감원 출신 신규 사외이사가 많았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새로 선임하는 사외이사 3명 중 2명(전광수 전 금융감독국장, 이명수 전 기업공시국 팀장)이 금감원 출신이다. 다른 1명은 국세청 출신인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이다. 삼성카드는 양성용 전 금감원 부원장보, 롯데손해보험은 강영구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각각 사외이사로 영입한다.

신규로 선임되는 사외이사 중 ‘금융권력’ 기관 출신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은 역시 교수들이었다. 전체의 37.0%인 17명에 달했다. KB금융지주는 조재호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김명직 한양대 경제금융대학장,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등 새로 뽑는 사외이사 3명을 모두 현직 교수로 채웠다. 우리금융지주도 신규 선임하는 사외이사 4명 중 2명(오상근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최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이 교수다.

이에 대해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런저런 이유로 사외이사 후보 중 탈락자들을 솎아내다 보면 남는 것은 교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