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거래소 대형주만 편식하던 연기금이 코스닥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달 이후 매수 공세를 강화하면서 코스닥의 상대적 강세를 견인하고 있다. 특히 부품주와 홈쇼핑 등을 주로 사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에스엠 와이지엔터테인먼트와 같은 대형 연예기획사들을 주로 바구니에 담고 있어 주목된다.

◆연기금 가세 코스닥 ‘훨훨’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주(3~7일) 코스닥시장에서 45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연기금은 월간 기준으로 작년 5월 이후 코스닥시장에서 줄곧 순매도하거나 300억원 안팎의 매수세를 보이는 데 그쳤다. 올 들어서는 코스닥시장의 상대적 강세에도 1월에만 621억원어치를 내다팔며 외면했다.

하지만 지난달 1136억원어치를 사들인 데 이어 이달에도 매수세를 지속하면서 코스닥에 대한 연기금의 시각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주 ‘사자’ 규모는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순매수 금액(1083억원)과 비교해볼 때 적지 않은 규모다.

외국인 매수에 연기금이 가세하면서 코스닥시장의 오름세는 더욱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는 0.2% 하락하며 보합권에 머물고 있지만 코스닥지수는 2.79% 올라 수익률에서 압승을 거뒀다. 이에 따라 지난 7일 종가는 543.76으로 작년 8월19일(550.4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작년 하반기 국민연금에 대한 ‘10% 룰’ 규정 완화 이후 중소형주에 대한 연기금 매수세가 커지고 있다”며 “그 연장선상에서 코스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엔터주 순매수 상위 점령


올 들어 엔터주들이 연기금 순매수 1~3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작년까지는 서울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품주와 CJ오쇼핑 GS홈쇼핑 등이 순매수 상위를 차지했다.

연기금은 전반적인 매도 우위를 보였던 지난 1월에도 에스엠을 10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달에는 CJ E&M(164억원)을 가장 많이 사들였고, 이달 들어서는 지난 1~2월 순매수 3위였던 와이지엔터테인먼트(178억원)를 순매수 1위로 올려놨다.

에스엠과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말 소녀시대와 2NE1이 동시 컴백하면서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대표 소속 걸그룹들의 맞대결에 이어 샤이니와 슈퍼주니어 엑소(에스엠), 악동뮤지션과 싸이 빅뱅(와이지엔터) 등 후속으로 앨범을 내놓을 가수들의 라인업도 탄탄해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실적 개선 기대가 크다.

김창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2NE1의 음반 매출액 등이 반영되면서 1분기에만 사상 최고 수준인 100억원 전후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올해 에스엠이 전년 대비 50% 이상 늘어난 60억원 내외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CJ E&M 역시 배급을 맡은 ‘수상한 그녀’가 8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장기 흥행하고, 신작 모바일게임 출시를 앞두고 플랫폼사에 대한 지급수수료 인하 등의 호재가 잇따르면서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8.39% 뛰었다.

진홍국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들 종합 엔터테인먼트업체는 수직 계열화와 사업 다각화를 통해 리스크는 줄이는 대신 실적 안정성을 높여가고 있다”며 “저성장 시대 좋은 투자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