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 감도는 맥주시장…하이트, 20년만에 간판 맥주까지 바꾼다
하이트진로가 20년 만에 간판 브랜드를 교체한다. 세계 1위 맥주업체인 AB인베브의 오비맥주 인수, 막강한 유통 파워를 가진 롯데의 시장 진출 등으로 맥주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는 가운데 기존 ‘하이트’를 대체할 신제품으로 총력전에 나설 태세다.

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새로운 주력 맥주 제품 개발을 끝냈으며, 브랜드명과 출시 시기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제품은 프리미엄급 라거 맥주다.

하이트진로가 신제품을 내놓기로 한 것은 1993년 출시된 하이트 브랜드가 노후화됐다는 지적을 받으며 오비맥주 ‘카스’에 계속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국내 맥주 시장의 55%를 차지했던 하이트진로는 2011년 오비맥주에 시장 1위를 내줬으며, 최근에는 점유율이 40% 아래까지 떨어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작년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드라이피니시d’(2010년 출시)의 대대적인 판촉활동을 벌였지만 점유율이 5%대에 그치는 등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하이트의 맥주 신제품 출시 시기는 롯데의 첫 맥주 제품이 나오는 4~5월께로 점쳐진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시장 진출에 ‘맞불’을 놓겠다는 포석”이라며 “상대방 브랜드의 홍보 효과를 반감시키는 효과를 겨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운 감도는 맥주시장…하이트, 20년만에 간판 맥주까지 바꾼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사진)은 신제품 출시에 맞춰 필사적인 자세로 점유율 제고에 나서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박 회장은 작년 말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끝장 정신으로 현재의 위기를 이겨내자”고 강조했다. 하이트진로는 덴마크 칼스버그, 일본 기린 등 세계 유명 맥주 회사와 기술 및 생산 제휴를 맺고, 독일의 맥주 전문 컨설팅사인 한세베버리지와 공동 연구사업을 벌이는 등 품질 개선 작업도 진행 중이다. 맥주 영업망도 기존 도매상 중심에서 소매점, 식당까지 확대하고 있다.

한편 오비맥주도 5월 초 진한 맛의 에일 맥주(상면발효) 2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에일 맥주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1%가량으로 작은 규모지만 다양한 맛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해 차츰 시장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오비 관계자는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과 에일 특유의 쌉싸름한 맛 두 가지 타입으로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등 그룹 계열사 유통망과 롯데아사히주류를 통한 수입맥주 유통망을 활용하면 빠른 시일 내 맥주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는 당초 4월께 첫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맛의 균일화를 위해 계획보다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신제품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되면 맥주 맛이 향상되고 소비자들의 선택폭도 넓어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