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 16배 고평가…'스마트 머니'만 돈 벌듯
◆뉴욕 증시 화려한 5년 성적표
2007년 10월9일 1565.1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S&P500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3월9일 장중 666포인트까지 폭락했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꾸준히 상승, 지난해 3월28일 1569.19로 사상 최고치를 회복했다. 지난 1년간 50회나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S&P500지수는 이달 6일 1877.03으로 장을 마쳤다. 5년간 상승률은 177.6%에 달한다.
미국 30대 기업의 주가를 반영하는 다우존스지수도 비슷한 궤적을 걸어왔다. 2007년 10월9일 14,164.53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다우존스지수는 2009년 3월9일 6547.05로 반토막 났다. 그러나 6일 종가는 16,452.72로, 5년간 151.3%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42%,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는 251%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대세상승장은 1900년 이후 32차례의 ‘불마켓’ 중 다섯 번째로 주가가 많이 올랐다. 만약 5년 전 1만달러를 S&P500 인덱스펀드에 넣어 두고 6일까지 차익을 실현하지 않았다면 투자금의 현재 가치는 3만871달러에 달한다.
◆Fed 없이도 강세장 지속될까
하지만 올 들어 미국 시장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 다우존스지수는 0.7% 하락했다. S&P500지수는 1.6% 오르는 데 그쳤다. 1월 신흥국 통화위기가 터진 데다 미국과 중국에서 부진한 경제지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불마켓’의 성격이 바뀐 탓이 크다. 지난 5년간은 미 중앙은행(Fed)이 세 차례의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돈을 풀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1월부터 Fed가 출구전략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Fed는 특별한 악재가 없는 한 올가을까지 양적완화 정책을 완전히 종료한다는 방침이다. 이제는 경제가 Fed의 도움 없이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강세장이 지속될 수 있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러스 코스테리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제가 계속 성장한다면 증시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겠지만 올해부터 연 두 자릿수대 상승률을 기록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상승 속도가 둔화된 또 하나의 이유는 주식 가격이 더 이상 싸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S&P500 편입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6배다. 주가 폭락 전인 2007년 10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모건스탠리 웰스매니지먼트의 크리스토퍼 정 이사는 “작년까지 어떤 주식을 사도 돈을 버는 시장이었다면 올해부터는 업종과 종목을 잘 선택하는 이른바 ‘스마트 머니’만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