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에 거주하는 동포 J씨는 지난해 해외 사업소득 180만달러를 홍콩과 한국에 있는 계좌에 넣어놓고 신고를 누락했다가 적발됐다.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그는 80만달러의 세금을 추징당한 것은 물론 5년 이하의 징역과 10만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할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과거 해외계좌를 미신고한 사실까지 드러나 그가 내야 하는 벌금만 이미 계좌 잔액을 넘어섰다.

이 끔찍한 시나리오가 수십만명에 달하는 한국계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에게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사태가 될 날이 임박했다. 한·미 간 FATCA 조약이 체결되면 한국에 5만달러 이상 계좌를 보유한 모든 미국 납세자의 계좌 정보가 정기적으로 미 국세청(IRS)에 제공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IRS가 이렇게 확보한 계좌정보를 바탕으로 해당 납세자가 과거에 제대로 해외계좌를 신고했는지 여부를 추적하면서 모든 탈세를 한꺼번에 적발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FATCA 시행 전에 IRS는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제임스 김이 서울 상도동에 사는 김우현과 동일 인물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제임스 김의 탈세를 의심하더라도 그의 계좌를 찾기 힘들었다는 뜻. 하지만 FATCA가 시행되면 한국의 금융회사들이 김씨의 미국 납세코드번호, SSN(사회보장번호), 계좌번호, 계좌잔액 등을 모두 알려준다. 이 정보를 파악하는 순간 IRS는 그의 자산 축적과 현금흐름 정보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해서 해외계좌를 신고하지 않은 게 드러나면 5년 이하 징역은 물론 세금 미납시 시민권·영주권을 박탈당할 수 있고 계좌에 돈이 가장 많았을 때를 기준으로 그 금액의 절반 또는 10만달러 중 큰 금액을 추징당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미국은 이미 1970년부터 FBAR(해외금융계좌신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1만달러 이상인 해외계좌를 자발적으로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신고만 제대로 안 해도 5년 이하의 징역에 더해 계좌당 1만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처벌을 피하기 위해 계좌를 폐쇄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겼다가 적발될 경우 미 세법상 ‘부정한 방법에 의한 탈세’ 조항에 적용돼 가중 처벌될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로티스법률그룹 션 김 대표는 “FATCA로 계좌정보가 드러난 뒤 FBAR 규정이 적용돼 과거 미납 세금과 관련된 처벌까지 받는 게 납세자 입장에서 가장 무서운 시나리오”라고 전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