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인기 검색어에서 ‘최화정 54’란 게 최상단을 오르내리며 오랜 시간 점유 했습니다. 이름에 숫자가 달린 이 검색어는 약간 ‘수수께끼 같은’ 느낌을 주며 네티즌의 클릭을 집중적으로 유도했지요.

이는 최근 시작한 KBS 2TV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에 출연 중인 배우 최화정의 실제 나이를 일컫는 데서 비롯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화정이 이 드라마에 나오는 김희선 김광규 옥택연과 함께 3월 6일 방송된 KBS2 ‘해피투게더3’에서 ‘동안’의 배경 등에 대해 화려한 입담을 과시하는 과정에서 그가 적지 않은 나이라는 게 드러났고요.

옥택연이 ‘자신 아버지와 최화정이 동갑 (같은 나이, 다른 말로 갑장이라고도 함)’이라고 폭로하면서... 네티즌 수사대는 이에 즉각 수사망을 가동해 최화정이 한국 나이로 무려 “54세”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인터넷 언론은 이를 기초로 기사 양산에 나서며 ‘최화정 54’가 장시간 검색어에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인기검색어 '최화정 54' 수수께끼 완전정복…1961년 신축생
사실 최화정의 나이에 대한 네티즌의 관심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자신이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에서 공약을 실천한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우리 축구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면 비키니 차림으로 진행 하겠다”고 했고 실제로 하늘색 비키니를 입고 그렇게 했습니다.

당시 인터넷에서는 대충 쉰 가까운 나이로 추정된 그의 이 같은 시도에 대해 “나이를 잊은 몸매’라는 평가가 뒤따랐습니다. 물론 다른 지적도 있었고요.

아무튼 대한민국 인터넷에서 폭로된 최화정의 한국 나이 54세 (만 53세)란 ‘갑자, 을축’으로 시작하는 60간지에서 서른여덟 번째 등장하는 ‘신축년’ 1961년생이라는 뜻입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소띠인 신축년은 서기(AD)가 시작된 이후 0041년이 첫 해이고 1001년, 1601년, 1901년, 1961년과 다가올 2021년이 꼽힙니다.

최화정 출생 연도인 1961년은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로 일컫는 ‘1955년~63년생’ 사이의 연령대에 속합니다. 정확한 통계가 남아 있지 않지만 당시 출생한 신생아 수는 85만명 안팎으로 추계된다고 합니다. [1961년 추산 신생아수는 2013년 잠정적인 신생아수인 43만6500명의 두 배입니다. 왜 이들을 베이비부머라고 부르는 지에 대한 이유인 셈입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2년 생명표에 따르면 1961년생은 자신의 현재 연령에서 더 살 수 있는 해를 말하는 ‘기대여명’이 평균 32.30세 (남 29.17세, 여 34.99세)로 나타납니다. 이는 최화정의 경우 2047년 정도까지 산다는 얘기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최화정이 태어난 1961년엔 박정희 육군 소장이 5월 16일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1년 전 1960년 ‘4.19 의거’로 집권한 장면 정부를 전복한 날이란 역사의 기록을 가졌습니다. 박정희 소장은 이 후 대통령에 당선돼 최화정이 고등학교를 졸업(초등학교 8세 입학전제)하기 직전인 1979년 ‘10.26 사태’ 발생까지 무려 18년간 집권합니다.

최화정의 경우 한 때 ‘학력 논란’을 빚은 적이 있는데요. “어느 대학을 졸업했다고 그동안 거짓말 했다”고 스스로 고백하며 논란은 수그러 들었습니다만. 아무튼 최화정의 동갑들은 대학입시에서 예비고사와 대학별 본고사를 치른 마지막 세대로 불립니다.

인기검색어 '최화정 54' 수수께끼 완전정복…1961년 신축생
1979년 12.12 사태를 통해 집권에 성공하고 이듬해 체육관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된 전두환씨가 민심을 얻기 위해 1980년 대학 본고사를 폐지하는 조치(시행은 1981학번)를 취했기 때문입니다. 이 때 교복 자율화 등도 이뤄졌습니다. 때문에 최화정 남자 동갑들은 고교 때까지 머리를 박박 밀고 차이나 카라를 특징으로 한 까만색 교복과 모자를 착용한 마지막 세대로 통할 수 있습니다.

최화정 54로 인해 새삼스럽게 부각된 1961년생 일부 직장인은 어쩌면 바로 직전 해인 쥐띠해 1960년생 직장인 보다 엄청난 행운을 거머쥐었다는 분석입니다. 2013년 4월 국회를 통과해 2년 뒤 2016년 부터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정년연장법’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늘림)에 따른 수혜자의 커트라인 (61년생 이후 출생자)에 딱 걸렸기 때문입니다. [중소기업은 해당 없습니다만.]

‘최화정 54’로 유명세를 탄 1961년을 글로벌하게 넓혀보면 이 해에 태어난 엄청난 인물 두 명에 시선이 꽂힙니다. 미국의 현 대통령 버락 오바마와 프랑스 인기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인데요. 두 사람은1961년 소띠해 출생으로 최화정, 옥택연 부친과 이른바 ‘갑장’입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특히 ‘한국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다’는 공통점을 지녔다는 설명이 따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기회가 있을 때 마다 “한국의 교육 (열)”에 대해 언급을 합니다. [물론 그가 언급한 대한민국 교육에 대한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한 것인 지에 대해선 논란이 따르기는 하지만 이와 상관없이.]

베르베르의 책에는 한국인이 자주 등장합니다. 예컨대 '신'에선 일본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재일교포 소녀 은비가 나오고 일제 침략과 위안부 문제를 아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베르베르는 과거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인에게 일본이 과거 한국에 저지른 일을 알리고 싶었고 일본에 사는 한국인들이 차별받는 현실을 그리고 싶었다. 나의 은비는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투쟁을 상징한다. 나는 책을 쓸 때 한국 독자들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여담 하나.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신’에서 ‘신비로운 숫자 142857’ (14만2857)'란 에피소드를 통해 흥미로운 내용을 알려줍니다. [물론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긴 합니다.]

이 숫자에다 1에서 6까지 곱하면 1,4,2,8,5,7이라는 똑같은 숫자들이 자리만 바꾼 채 반복됩니다. ♣ 142857 X 1 = 142857 ♣ 142857 X 2 = 285714 ♣ 142857 X 3 = 428571 ♣ 142857 X 4 = 571428 ♣ 142857 X 5 = 714285 ♣ 142857 X 6 = 857142.

142857에 7을 곱하면 꽉 찬 숫자로 불릴 만한 '999999'가 나옵니다. 142857을 앞의 세 숫자 142와 뒤의 세 숫자 857을 더하면 '999'입니다. 두자리씩 끊어서 14+28+57을 해보면 '99'입니다.

142857의 제곱은 20,408,122,449 (204억812만2449)이란 숫자입니다. 20408122449을 구성하고 있는 숫자를 두개 20408과 122449로 쪼개봅니다. 이를 더하면 어떤 숫자가 나올까? 정답은 142857입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