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쇼트펀드·글로벌 소비재 주식…'자금몰이 금융상품' 눈에 띄네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신흥국 리스크가 다소 잠잠해지자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글로벌 증시를 들쑤셔 놓았다. 올해 말까지 시야를 넓혀 보면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주도 경기회복에 힘입어 글로벌 증시가 상승할 것이란 전문가 관측이 많다. 그러나 투자 환경은 여전히 불확실하고 변동성도 크다. 이 와중에도 견조한 수익을 내는 일부 투자상품들은 자금몰이를 계속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국내선 가치주·롱쇼트펀드 인기


주요 가치주펀드들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7일까지 48개 가치주펀드로 280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최근 1년간에는 1조원 넘는 자금이 몰려 설정액 규모도 7조7840억원까지 불어났다.

돌출 악재로 시황이 급격히 변동하면서도 지수는 장기 박스권에 갇힌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저평가 주식을 선별해 장기투자하는 이들 펀드의 성과는 흔들림이 없다. 48개 가치주펀드들이 지난 1년간 올린 평균 수익률은 5.61%다. 코스피 지수가 같은 기간 1.48%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선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밸류10년투자’ ‘신영마라톤’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 등 간판급 펀드들은 올 들어 각각 300억~1193억원을 끌어모았다. 이들 펀드는 가치투자 철학을 고집하면서 장기간 고수익을 내는 펀드들로 유명하다. 이들 펀드의 지난 5년간 누적수익률은 144~173%에 달한다. 장기 성과를 검증받아 연금펀드를 포함, 적립식 투자로 장기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시황에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롱쇼트펀드들도 올해 최대 인기상품으로 꼽힌다. 상승 예상종목을 사고 하락 예상종목을 파는 롱쇼트전략을 통해 수익률이 계속 오름세를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운용사들은 앞다퉈 롱쇼트펀드를 신규 설정했다. 올 들어서만 6003억원, 지난 1년간 1조8599억원이 몰리며 롱쇼트펀드 전체 설정액도 2조원을 넘어섰다. ‘마이다스거북이90자’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자’ ‘대신멀티롱숏’ 등이 올 들어 100억원 이상을 끌어모았다. 도중협 KDB대우증권 WM class 압구정지점 PB팀장은 “저성장 저금리가 지속되고 증시가 박스권을 맴돌자 일반적인 국내주식형펀드보다는 절대수익추구형 상품들로 갈아타는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롱쇼트펀드·글로벌 소비재 주식…'자금몰이 금융상품' 눈에 띄네
글로벌 소비재 등 해외상품 분산투자 대세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주식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이 높지 않다는 데 이견이 없다. 각종 대내외 변수로 변동성이 커지면서 코스피 지수 상승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따라서 추가 수익을 얻으려면 해외상품으로 분산투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미국 양적완화 축소로 경제 기초체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신흥국보다는 경기회복 기대감이 큰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증시에 투자하는 상품(펀드, ETF 등)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증시는 양적완화 축소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지면서 연일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유럽 증시 역시 각종 경제지표에서 회복 신호가 나타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갈수록 자금이 많이 몰리는 상품은 유럽 펀드다. 미국 펀드는 최근 1년간 28.41%, 유럽 펀드는 17.03%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슈로더유로자’ ‘하나UBS유럽포커스자’ ‘템플턴유로피언자’ ‘피델리티유럽자’ 등은 올 들어서만 각각 150억~972억원을 끌어모았다.

미국 펀드로도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피델리티미국자’ ‘AB그로스’ ‘프랭클린미국바이오헬스케어자’ 등이 대표적 펀드다.

글로벌 소비재 주식에 분산투자하는 펀드들도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신흥국 인구 증가, 선진국 경제성장을 감안할 때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의 실적 성장이 견조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미래에셋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자’ ‘피델리티차이나컨슈머’ 등은 올해 각각 1128억원, 248억원을 모았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