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택자 전세금 과세, 국회통과 잘 되겠어요?"
"2주택자 전세금 과세, 국회통과 잘 되겠어요?"
정부가 내놓은 ‘2·26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과 보완조치가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가 부동산 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이번 방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도 국회 통과를 가장 큰 변수로 꼽는다. 양도소득세 등의 안건이 국회를 거치며 대폭 수정된 지난해 ‘4·1 부동산 대책’과 같은 ‘혼돈의 입법화 과정’이 되풀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회에서 수정 불가피”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은 11일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에 대해 “방향은 맞지만 세금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원래 3주택자의 전세보증금에만 과세했는데 이번 방안으로 2주택까지 확대돼서 문제”라며 “원래대로 3주택자 이상 전세보증금에만 과세하고 은퇴 노령자의 월세소득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방안 등을 고려하겠다”고 설명했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문병호 민주당 전월세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방안은 (핵심적인) 주거안정대책이 빠져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대책을 다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의원들도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이날 소관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7명(새누리당 4명, 민주당 2명, 정의당 1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세 보증금 과세 대상을 2016년부터 기존 3주택자에서 2주택자로 확대키로 한 데 대해 3명이 찬성한다고 대답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2명, ‘모르겠다’ 1명, 응답을 유보한 의원은 1명으로 집계됐다. 여당 일각에서조차 전세공급 축소, 전세가 상승 등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원점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6월 임시국회 논의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집주인들의 자진신고에 의존하던 월세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방침에는 7명 중 4명이 찬성 입장을 밝혔다.

결국 ‘주택법·소득세법·조세제한특례법 개정안’은 오는 6월 국회 심의 때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 부의장은 “세법은 정부의 발표에 따라 무조건 시행되는 게 아니라 국회 심의과정을 거쳐 확정된다”며 “정부의 입법안을 세밀히 파악해 세법 심의 과정에서 국민의 부담을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4·1 대책’처럼 대폭 수정 전망도

부동산 업계에서는 국회 통과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서울 문정동 평화공인 김영철 대표는 최근 “아직 국회 통과가 안 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말을 집주인에게 수시로 건넨다. 이번 방안으로 임대소득이 노출되고 전세보증금에 대한 세금을 물게 된 집주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소득세보다는 전세보증금 과세에 대한 집주인들의 저항이 크다”며 “집주인들도 국회 통과과정에서 내용이 바뀔 것을 기대하는 눈치”라고 전했다.

방배동 하나공인의 최경순 대표도 “집주인에게 ‘4·1 대책을 생각해보라’고 말하면 다들 고개를 끄떡인다”며 “2년 뒤부터 적용한다는 것도 어찌 될지 모르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지난해 정부의 ‘4·1대책’은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크게 손질됐다. 생애최초주택구입자 취득세 면제 조건은 당초 ‘6억원·전용 85㎡ 이하’(정부안)에서 여야 협의를 거치며 ‘6억원 이하’로 바뀌고 면적기준은 폐지됐다. 양도소득세 5년간 면제 조건 역시 ‘9억원·전용 85㎡이하’(정부안)에서 ‘6억원 이하 또는 전용 85㎡ 이하’로 수정됐다. 게다가 상임위와 본 회의를 거쳐 입법화하는 데까지 8개월이 걸려 정책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분양마케팅업체인 내외주건의 김신조 사장은 “어차피 집주인들은 계약 만기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지금 바로 월세를 전세로 바꾸거나 집을 팔 수는 없다”며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진/추가영 기자 apple@hankyung.com

전문가 진단 “신속한 입법화로 혼란 최소화해야”

2·26 전·월세 대책과 관련해 집 보유자들이 당장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관망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 4·1 부동산 대책의 학습효과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이춘우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정책 내용이 크게 달라진다면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4·1 대책 때 국회 입법 과정이 늦어지면서 시장 기대감이 줄어 오히려 반발을 사기도 했다”며 “여야가 신속하게 합의해 시간차를 줄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치권에서는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했지만 실제로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큰 틀에서 정치권이 반대할 명분이 없는 내용”이라며 “다만 시기의 문제이기 때문에 적용시점을 조절할 수는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회심사는 6·4 지방선거가 끝난 뒤 이뤄질 예정이지만 선거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예전에는 세 부담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임대사업을 했다면 이제는 세금을 인지하고 신중하게 투자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