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10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 쇼렌스타인아시아태평양연구소에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10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 쇼렌스타인아시아태평양연구소에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14일 귀국 즉시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에 체류 중인 김 전 총리는 10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 쇼렌스타인아시아태평양연구소에서 강연을 마친 뒤 “정식 출마 선언은 한국에 가서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출마하는 쪽으로) 생각을 거의 정리했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의 출마 선언이라는 형식적 절차만 남겨뒀을 뿐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후보를 가리는 경선전은 이미 막이 올랐다. 이혜훈 최고위원에 이어 정몽준 의원과 김 전 총리 등은 여의도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본격 선거전에 들어갔다.

정 의원은 지난 2일 출마를 선언하고 곧바로 여의도 새누리당사 맞은 편 용산빌딩에 캠프를 차렸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사무실을 낸 빌딩이다. 현재 선거 실무진이 캠프에 상주하면서 정 의원의 일정을 조율하고 대외 메시지 작성 등 선거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정 의원 측 캠프에는 재선인 김용태, 안효대, 조해진 의원을 비롯해 이사철, 정양석 전 의원 등이 참여해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은 현역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은 경선 캠프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한 규정 때문에 따로 직책은 맡고 있지 않다.

김황식 "14일 귀국해 출마 선언"…새누리 'M·K 결투' 시작됐다
후발주자인 김 전 총리도 출마 선언 직후 선거전에 곧바로 뛰어들 수 있도록 국내에 별도의 팀을 꾸려 가동해 왔다. 사무실은 용산빌딩 바로 옆에 있는 대하빌딩이다.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선거캠프로 썼던 이 빌딩에는 또 다른 경쟁자인 이 최고위원 팀이 앞서 입주, 한 빌딩에서 2명 후보가 경쟁을 벌인다.

김 전 총리 측에서는 친박(친박근혜) 출신인 이성헌 전 의원이 총괄 지휘를 맡고 있으며, 허용범 전 국회 대변인과 오신환 관악을 당협위원장 등이 합류했다. 이 밖에 친박계 현역의원을 비롯해 친이계(친이명박) 인사들이 두루 캠프 ‘도우미’로 활약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리 재임 중 국무총리실장을 지낸 임채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이명박 정부 당시의 김효재 정무수석, 이동관 홍보수석 등이 돕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지만 본인들은 부인하고 있다.

이 최고위원 캠프에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서울지역 조직원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교수와 전문가 그룹 50여명이 ‘서울혁명 정책자문단’을 구성해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경선의 막이 오르면서 초반 기선잡기용 후보 간 ‘기싸움’도 감지된다. 정 의원은 지난 10일 후보자 공천 마감일이 10일에서 15일로 늦춰진 것과 관련, “형평성을 잃은 것인지, 누가 누구와 내통하는 것인지 궁금하다”며 선공을 날렸다. 공천 마감일을 연장한 게 미국에 체류 중인 김 전 총리의 편의를 봐준 것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이에 김 전 총리는 “새누리당 경선 후보 등록 마감이 원래 10일이었는데 15일로 늦춰진 데 대해 얘기가 나오는데, 당내 사정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그것이 저를 위한 배려만은 아닐 것”이라며 “(만약 10일이었다고 하더라도) 대리로 처리하는 것도 가능했으므로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