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역 근무자에게는 기숙사도 무료로 제공하고 친구와 동반 입사도 권유해보지만 기술인력을 구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현대중공업 배관설비 협력업체인 (주)유일의 제갈재곤 사장은 12일 아침부터 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 동구 방어진 일대 게시판에 구인광고 전단을 붙이고 있었다. 그는 “지난 한 해 동안 뽑은 인력만 250명”이라며 “일감은 넘쳐나는데 기술인력 구하기는 갈수록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현대중공업이 최근 들어 3년 전 수주한 초대형 해양플랜트 공사를 본격 진행하면서 울산에 사상 유례없는 인력 확보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 여파로 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 동구는 부동산 가격이 치솟는 등 조선업이 호황이던 2008년 금융위기 이전 때에 버금가는 특수를 맞고 있다.

○창사 이래 최다 인력 투입

현대重 살아나니 울산 동구 '들썩'
지난 11일 현대중공업 해양야드 H도크에서는 3000여명의 근로자가 세계 최대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인 원통형 ‘골리앗 FPSO’의 5월 말 인도를 앞두고 막바지 건조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인근 작업장에도 3000여명의 근로자가 해양플랜트 모듈 52기를 제작하고 있었다. 울산 본사 내 해양야드와 10개 도크는 이 같은 해양플랜트 구조물로 빼곡히 들어차 마치 지붕 없는 해양플랜트 전시장을 연상케 했다. 이들 사업에는 정규 인력 외에 280여개 사내협력업체에서 하루평균 9000여명의 인력이 추가 투입된다.

이로 인해 현대중공업은 1972년 창사 이래 전체 근로 인력이 정규 인력 2만7000여명과 협력업체 인력 4만여명을 합해 사상 최대 규모인 6만7000명을 넘겼다. 조선업이 최대 호황이던 금융위기 이전 때 5만여명보다 1만7000여명이 늘어난 것이다.

현대重 살아나니 울산 동구 '들썩'
현재 건조작업 중인 사업은 2010~2011년 수주한 물량으로 이 사업이 끝나면 2012~2013년 수주 물량 작업으로 이어진다. 2012~2013년 수주 규모가 2010~2011년보다 62% 증가한 170억달러에 달해 지금보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용수 현대중공업 문화부장은 “현대중공업이 전국 산업 인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구 원룸 구하기 ‘별따기’

대규모 기술 인력이 울산으로 몰려오면서 조선 불황으로 5년여간 침체를 겪었던 동구지역에 ‘부동산 열풍’이 불고 있다. 전용면적 68~101㎡의 신규 분양 아파트 프리미엄은 5000만~7000만원 선까지 뛰었다. 원룸과 빌라 등 다가구주택은 구할 수 없을 정도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이연희 부성 공인중개사는 “남구 도심에서도 매매가가 3.3㎡당 1000만원이 넘는 아파트를 찾기 힘든데 동구에는 1000만원을 넘긴 아파트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대왕암공원 택지개발지구와 화암·문현동에는 원룸이 경쟁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동구청 관계자는 “하루 한 건꼴로 허가신청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동구지역의 주택 매매가 상승률은 올 들어 1월 0.37%(전국 평균 0.02%), 2월 0.93%로 전국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음식업과 숙박업·유흥업소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일산해수욕장에서 음식점을 하는 김전수 사장(60)은 “밤새 손님들로 북적인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