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가구 규모의 압구정지구가 재건축이 가능한 안전진단 등급(D)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경DB
1만가구 규모의 압구정지구가 재건축이 가능한 안전진단 등급(D)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경DB
한강을 끼고 있어 서울 강남권 재건축 추진 지역 중에서도 노른자위로 꼽히는 압구정지구가 재건축 사업 성사 초읽기에 들어갔다. 아파트 건물 안전등급이 재건축이 가능한 D등급으로 나와서다.

12일 서울 강남구와 압구정동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일대 구·신현대, 한양, 미성 등 작년 5월 안전진단을 신청한 23개 아파트 단지에 대한 외부 전문가 용역 결과 안전진단 D등급이 나왔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추진을 위한 첫 단계로 건물 노후도와 균열상태 등이 D등급 이하여야 재건축이 가능하다.

강남구 주택과 관계자는 “강남구는 14일 안전진단자문위원회를 열고 최종적으로 종합 판단한 후 안전등급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안전진단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압구정 현대·한양·미성…1만가구 재건축 보인다
압구정지구는 1976년부터 현대1~14차, 한양1~8차, 미성1·2차 등 총 24개 단지 1만355가구가 입주해 있다. 1987년 입주한 미성2차를 제외하면 모든 단지가 20~40년(1981년 이전 건축물은 20년 이후 신청 가능)의 재건축 연한을 충족시키고 있다. 강남구는 이르면 2~3년 뒤 착공할 수 있을 것을 보고 있다. 정비계획안을 재수립하면 총가구 수 등 구체적인 재건축안이 나온다. 현재로선 서울시의 ‘한강변 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라 최고 높이 35층 이하, 기부채납 비율 15%가 적용될 전망이다.

부동산업계는 압구정지구의 재건축이 본격화되면 강남권 재건축발 ‘훈풍’이 주택시장에 되살아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및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등으로 지난해 말부터 꿈틀거리기 시작한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가격 회복세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반포·개포·잠실 등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방침을 담은 ‘2·26 임대차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거래가 주춤한 상태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전·월세 대책 발표 뒤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 들어 상승폭을 감안하면 자연스런 가격 조정이란 지적도 많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신현대 전용 85㎡형의 시세는 현재 12억원으로 지난달 말과 비슷하다. 작년 말(11억6500만원)과 비교하면 꾸준한 오름세다. 구현대7차 전용 157㎡는 작년 말 18억7500만원, 지난 1월 말 19억5000만원, 이달 들어 20억원으로 올랐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압구정 단지들의 안전진단 통과는 재건축 시장에 호재로 작용해 강남권 전체 재건축 분위기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 일대가 2006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해왔고 가구당 평균 집값이 15억원에 달해 당장 매수세가 대거 늘거나 시세가 급등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압구정 반응은…"잠시 풀죽었던 호가, 이젠 꾸준히 오르겠죠"

“요즘 분위기는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 나오기 전인 지난달보다 한풀 꺾인 건 사실이에요. 그래도 압구정 재건축 아파트 몸값은 꾸준히 올라갈 것 같아요.”(압구정지구 내 삼성공인 관계자)

압구정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안전진단 통과가 가시화되면서 주민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집 주인들은 안전진단 결과를 앞두고 지난해 말부터 매도 호가를 올렸다. 어느 정도 매수세가 뒷받침될지가 향후 시세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단지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단지당 적게는 1~2건, 많게는 4~5건씩 꾸준히 거래됐다. 하지만 압구정지구 내 재건축 단지의 매매가 상승폭은 개포·반포지구 등 강남권 다른 지역의 재건축 단지보다 미미한 상태다. 실제 지난 7일(부동산114 기준) 강남구의 재건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3.3㎡당)은 작년 말 3271만원에서 5.5% 오른 3452만원을 기록 중이다. 반면 압구정지구는 3425만원에서 3472만원으로 1.37% 오르는 데 그쳤다. 압구정동 C공인 관계자는 “압구정 재건축 단지들은 평균 매매가격이 높고 투자자보다 실거주자 비율이 높아 시세 반영이 더딘 편”이라고 설명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