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분리 7년 LG패션…구본걸 "생활문화기업 LF 새 출발"
“우리가 지금 외형 키우는 데 집착할 때가 아닙니다. 늘어나는 악성 재고를 무조건 줄입시다. 수익성 떨어지는 매장도 골라내 과감히 문을 닫으세요.”

구본걸 LG패션 회장(사진)은 회장에 오른 2012년 1월 이후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영업이익이 2011년 1272억원에서 2012년 778억원으로 급감하는 등 실적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었다.

지난해 LG패션 직원들은 생산 물량을 늘리기보다 창고에 쌓인 악성 재고를 줄이느라 ‘전쟁’을 벌였다. 간판 브랜드 ‘라푸마’는 백화점 매장 중 수익성이 떨어지는 15곳을 없앴다. 저수익 브랜드로 평가된 ‘헤지스스포츠’ ‘버튼’ 등은 아예 사업을 접었다. 다행히 올초부터 증권가에선 악화되던 LG패션의 수익성이 “바닥을 쳤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수익성 높이기에 ‘올인’했던 구 회장이 이번엔 회사 간판을 통째로 바꿔 달고 대대적인 분위기 쇄신에 나선다.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지 7년 만에 간판에서 ‘LG’를 떼어내기로 한 것. LG패션은 다음달 1일부터 회사 이름을 ‘LF’로 바꾼다고 12일 발표했다. LF는 ‘라이프 인 퓨처(Life in Future·미래의 삶)’의 줄임말이다.

1974년 LG그룹 계열사인 반도패션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2007년 계열 분리를 통해 독자 경영을 시작했다. 다만 회사 이름엔 LG를 계속 쓰면서 LG그룹 지주회사인 (주)LG에 브랜드 사용료로 매년 20억원 정도(매출의 0.14%)를 내왔다. 올해는 회사의 모태인 반도패션 설립 40주년이자 구 회장이 경영을 맡은 지 10년째가 되는 해인 만큼 사명 변경을 통해 분위기를 혁신할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회장은 “새 이름인 LF는 단순히 옷을 만들어 파는 회사가 아니라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미래 생활문화 기업이 되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단순 의류 제조에서 벗어나 편집매장, 온라인몰 등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직접 유통하는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외식사업 등 생활 문화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인수합병(M&A)도 적극 모색할 방침이다.

계열분리 7년 LG패션…구본걸 "생활문화기업 LF 새 출발"
구 회장은 2007년 LG에서 계열 분리된 이후 회사 덩치를 7년 새 두 배로 키워냈다. 2007년 738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조4860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국내 의류시장이 연간 1%대의 저성장기에 접어들고 제조직매형 의류(SPA)와 수입 명품에 시장을 잠식당하는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을 맞고 있다. 구 회장이 기존 의류 분야에서 성장 모멘텀을 찾고 있는 곳은 중국 대만 태국 등 해외시장이다.

그는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만들겠다”며 “이미 진출한 헤지스 라푸마 마에스트로 TNGT 모그 외에 5년 안에 우리 회사의 모든 패션 브랜드를 중국에 진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LG그룹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손자로 고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의 장남이자 구본무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