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 12년來 최저치로
中·日은 투자자금 몰려와
한때 세계 증시에서 거래량 1위를 기록하던 한국 선물·옵션시장이 급속히 위축된 건 2012년 3월부터다. 무질서한 거래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정부가 시장에 손을 댄 직후다. 주식워런트증권(ELW·특정 가격에 지수나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상장시켜 거래하는 상품)의 호가범위를 무제한에서 8~15%로 제한했다. 시장은 곧바로 반응해 월 20조원 이상이던 ELW 거래 규모는 1조~2조원으로 급감했다. 코스피200옵션의 계약단위도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5배 올렸다.
이는 선물시장의 급격한 위축을 가져왔다. 지수형 ELW를 판매하는 증권사들이 손실방지를 위해 시행하던 코스피200선물을 매매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코스피200옵션은 계약단위 상향 조정의 직격탄을 맞았다.
파생상품시장의 이 같은 침체로 한국 증시는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물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떠나고 있는 것. 장기 투자 성격의 외국인은 파생상품시장을 통해 헤지(위험회피) 거래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규제를 시작한 2012년 외국인의 선물 거래량은 전년(5414만계약)보다 20% 이상 줄어든 4295만계약으로 떨어졌다. 작년에는 4174만계약으로 더 감소했다. 투기를 막겠다며 정부가 칼을 뽑았지만, 투기적 성격이 강한 자본만 남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와 반대로 일본 중국 등에선 외국인의 시장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선물협회(FIA)의 ‘국가별 거래규모’ 통계에 따르면 작년 8월 일본 닛케이225미니선물 거래량과 중국 CSI300선물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9.5%, 106.2% 늘었다. 일본은 거래 단위를 10분의 1로 낮춘 ‘미니’ 선물·옵션을 상장시키는 등 규제를 풀고 있기도 하다. 중국은 홍콩뿐만 아니라 모든 외국인에게 자국 선물투자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내 선물회사들은 초상집 분위기다. 2013회계연도(2013년 4~12월) 선물회사 7곳의 당기순이익 합계는 34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67% 급감한 수치다. 7곳 중 3곳은 적자다.
황정수/허란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