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데자뷔?…경기 '무상버스' 공방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지난 12일 경기지사 출마 선언을 하면서 ‘무상 버스’ 공약을 내걸자 정치권에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감 시절 최초로 실시한 ‘무상 급식’으로 2010년 재선에 성공했던 김 전 교육감이 이번엔 무상 버스로 ‘표몰이’를 하겠다는 심산이지만 여권은 물론 야권에서도 무리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야당 내부에서도 비판

김 전 교육감은 출마를 선언하면서 “버스 완전 공영제를 단계적으로 실시해 ‘무상 대중교통’의 첫걸음을 떼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5년 전 무상급식을 시작할 때 많은 우려가 있었고 심지어 비웃기까지 했지만 무상급식은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져 나갔고 이제 보편적 복지는 시대정신이 됐다”고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천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김 전 교육감 측은 구체적인 방안을 다듬어 곧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13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표를 모으기 위해 무조건 공짜부터 외치는 잘못된 인기영합주의는 국민, 특히 젊은이들을 속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김 전 교육감은 달콤한 거짓말로 또다시 국민을 속일 것이 아니라 완전 공영이라는 버스 공짜 제도에 들어갈 돈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계산서부터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기지사에 출마한 김진표 민주당 의원도 “김 전 교육감이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더라도 임기 내 무상 대중교통 시대를 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김 전 교육감이 추진했던) ‘무상급식’은 ‘밥 얻어먹는 아이’라는 낙인 효과를 없애고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지만 ‘무상 대중교통’은 효율적이지 않다”며 “대신 서울과 인천처럼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경기도는 서울·인천과 달리 운임이나 노선, 운행 대수 등에 대한 조정 권한이 민간 버스회사에 맡겨져 있다. 그러다 보니 수요가 많지 않은 벽지에는 버스가 제대로 다니지 않는 데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의 혼잡률이 평균 141%에 달하는 등 시민의 교통 불편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여야 후보들, 준공영제 공약

버스 공영제는 야권에서 가장 먼저 경기지사 레이스에 뛰어든 원혜영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처음 제안했다. 원 의원은 ‘경기대중교통공사’를 설립해 단계적으로 버스 공영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이는 서울과 인천까지 묶는 수도권 교통체계의 효율적 통합 운영을 위한 것으로 버스요금 자체를 무료로 하자는 것은 아니었다.

아울러 원유철·정병국 의원과 김영선 전 의원(이상 새누리당), 김진표 의원,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이상 민주당) 등의 후보는 수익금을 업체들이 공동 관리하고 적자분은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으로 보전하는 준공영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대신 운임과 노선 변경 및 운행 횟수 조정 등에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공공성을 높이는 것이다.

경기도와 경기개발연구원이 2006년 연구용역을 실시한 결과 이 같은 방식의 준공영제를 도입하는 데만도 연간 5000억원의 재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무상급식과 마찬가지로 무상 버스를 위한 재원은 결국 시민의 세금인데도 정치인들이 이를 ‘무상’으로 포장하고 있다”며 “(무상 버스 공약은) 표를 얻기 위해 시민을 현혹시키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