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의 1~2월 거시지표가 일제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리커창 총리가 13일 전국인민대표대회가 끝난 직후 기자회견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치 7.5% 달성을 자신했지만 경기둔화 속도가 가팔라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2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장의 전망치 9.5%는 물론 전년 12월의 9.7%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소매판매와 고정자산투자도 부진했다. 1~2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11.8%로 작년 12월의 13.6%에서 크게 떨어졌다.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17.9%로 1~2월 수치로는 2001년 이후 가장 낮았다.

중국은 춘제(春節) 연휴로 인해 매월 1~2월 지표는 다른 월간 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올 들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수출 생산 소비 투자 등 거시지표들이 일제히 둔화세를 보여 계절적 요인보다는 경기 침체 징후로 해석되고 있다.

다리우즈 코왈크즈키 크레딧아그리콜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수치는 이례적으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며 “경기 모멘텀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경제지표 둔화에도 리커창 GDP 7.5% 고수

"도끼를 갈아야 나무를 벨 수 있어…그림자 금융·정부 부채 통제 가능"

中경제 1~2월 거시지표 크게 악화
중국 경기는 지난해 11월 이후 조금씩 둔화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그러나 13일 발표된 1~2월 고정자산투자 산업생산 소매판매 등의 지표는 ‘끔찍한 수준’(류리강 ANZ은행 애널리스트)으로 급락해 경제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전망이다.

항만 도로 등에 투입되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1~2월에는 21.2%였지만 단숨에 17%대로 주저앉았다.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진해도 소비 증가율은 견조할 것이라는 예상도 크게 빗나갔다. 당초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의 13.6%와 비슷한 13.5%를 예상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니 소매판매 증가율은 11.8%로 지난해 1~2월의 12.3%보다도 낮았다. 산업생산도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크게 빗나간 8.6% 상승에 그쳤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올 1분기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의 7.7%에 비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둔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만 마샤오핑 HSBC 이코노미스트는 “수치가 급락한 것은 계절적 요인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3월 거시지표들은 1~2월에 비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경제에 이처럼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지만 이날 리커창 중국 총리는 성장률 목표치 약 7.5%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중국은 경제 하향 압력에도 불구하고 단기부양책 없이 경제 목표를 달성했다”며 “올해 경제환경이 더 복잡해졌지만 중국은 경제를 합리적 구간에서 운용할 능력과 조건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약 7.5%는 탄력적인 의미”라며 “GDP 증가율이 (조금 낮더라도) 충분한 취업과 주민 수입 증가 등을 보증한다면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 총리는 외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그림자 금융’과 정부 부채 등에 대해서도 “총체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정부 채무는 국제적으로도 낮은 수준이고 대부분이 투자에 투입됐다”며 “그러나 존재하는 위험을 무시하지는 않고 관리를 강화하고 예방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발생한 금융상품의 디폴트 문제에 대해서는 “감시를 강화하겠지만 개별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을 피하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지역적·시스템적으로 금융위험이 발생되도록 하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해 경제환경이 더욱 복잡해졌다며 “도끼를 갈아야 나무를 벨 수 있다”, “어려움을 만나면 반드시 용기를 내야 한다”, “곤경에 처하면 지혜가 필요하다” 등의 표현을 써가며 경제 목표 달성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이날 리 총리가 보고한 정부 사업 보고와 2014년 예산안 등을 표결로 통과시키고 폐막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