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터 대중화?…관건은 가격·속도·다양성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14’에서는 처음으로 ‘3D(3차원) 프린팅 존(zone)’이 만들어졌다. 28개 업체가 참여해 일반인이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의 3D 프린터들을 선보였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직접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3D 프린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시장조사업체인 뵐러어소시에이츠(Wohler Associates)에 따르면 5000달러 이하의 3D 프린터 판매량은 2007년 66대에서 2012년 3만5508대로 증가했다.

개인용 3D 프린터 시장 규모가 지난해 1억달러에서 2018년 5억9000만달러로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D 소프트웨어, 3D 스캐너, 관련 서비스까지 감안하면 14억6000만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개인 제작이 취미인 사람들이 오늘날 개인용 3D 프린터 시장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만드는 행동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개인의 상상을 현실로 옮기는 과정에서 성취감도 느낀다. 최근엔 초소형 초저가 컴퓨터와 3D 프린팅을 결합해 새로운 전자제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스마트폰으로 조종하는 비행 물체, 로봇 등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탄생하기도 한다. 개인용 3D 프린터는 사람들의 서로 다른 욕구를 채워준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제품, 개인의 취향대로 맞춤 설계된 제품도 손쉽게 제작할 수 있다.

이처럼 3D 프린터는 소소한 맞춤 생산을 하려는 소비자에게는 매력적인 도구다. 이는 기업이 고객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디자인할 수 있게 기업이 디자인과 규격을 제공하는 식이다. 노키아는 개발자 웹사이트를 통해 스마트폰의 케이스 디자인을 공개했다. 제품 디자인을 다운로드한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수정해 3D 프린터로 제작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3D 프린터가 넘어야 할 산 역시 높다.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과 성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주요 기술의 특허가 만료되고 더 많은 기업이 시장에 참여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16년 기업용 3D 프린터가 2000달러대에 출시될 것으로 봤다. 그때쯤이면 개인용 수요가 더욱 빠르게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사용할 수 있는 소재도 더 다양해져야 한다.

현재 3D 프린터에서 사용되는 소재는 다소 한정적이다. 개인용 3D 프린팅이 대중화되려면 안전하고 저렴한 소재가 필요하다. 편의성 측면에서도 고민할 것이 많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출력’만 누르면 저절로 제품이 제작되는 3D 프린터다.

따라서 디자인 소프트웨어나 저렴한 3D 스캐너가 중요해질 것이다. 디자인 마켓 플레이스도 구축해야 한다.

앞으로는 개인이 만든 디자인 자체가 상품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불법 복제, 무단 도용 등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 3D 프린팅의 가치가 비용을 넘어서면 ‘개인 생산 시대’가 열릴 것이다.

홍일선 < LG경제연 책임연구원 ilsun@lger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