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석유화학업계는 선진국 중심의 점진적인 수요 개선과 계획된 증설 물량의 가동 차질 및 연기 등으로 수급이 빠듯해질 전망이다. 이로 인해 석유화학 업황은 미드 사이클(Mid-Cycle)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에틸렌 기준 실질 공급 가능 물량은 약 420만t 수준으로 글로벌 공급 증가의 2.7% 정도다. 이는 2014년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3% 수준의 화학수요 증가만으로도 충분히 흡수 가능한 것으로 판단한다.

선진국 경기회복이 선순환 만들어


올해는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기회복 영향으로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본격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선진국 중심의 수요회복은 글로벌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의 내외부 수요까지 자극하는 선순환 흐름을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들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화학업종의 대표적 전방산업인 의류, 타이어, 플라스틱 소재 등에 대한 선진국 중심의 수요 회복은 중국의 수출을 자극한다. 이는 중국 내 화학 수요회복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예정된 글로벌 에틸렌 신·증설은 약 600만t으로 글로벌 공급의 약 3.9% 수준이다. 하지만 이 물량 중 중국 석탄화학 기반 신·증설이 136만t 포함돼 있고, 아랍에미리트 보루지(Borouge)의 150만t 에탄 설비가 포함됐다.

중국의 석탄화학 설비는 최근 △중국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환경규제 방침 △석탄화학의 심각한 물 사용량 △낮은 기술력 등 영향으로 신·증설 승인이 지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가동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제품별로는 석탄화학 공급 차질과 역내 빠듯한 수급 영향, 중국 수요 호조 등 영향으로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마진이 작년 하반기에 이어 계속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타디엔은 1분기 중국 내 타이어 합성고무 재고가 소진된 뒤, 2분기 이후부터 본격적인 타이어 시황 개선과 더불어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한다. 모노에틸렌글리콜(MEG)은 중국의 화학섬유 수요 회복, 폴리에스터 증설(550만t)에 따른 MEG 필요량(180만t가량)에 미치지 못하는 증설(56만t), 사우디 주요 업체의 정기보수 집중 등으로 수급이 빡빡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정유제품 수요 증대 쉽지 않아


올해 정유업황은 녹록지 않은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수요의 점진적인 회복세에도 동남아 수요가 예전만큼 성장하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인도네시아 보조금 축소와 환율 등이 부정적 요소다.

동남아 역내 수요는 가파르게 늘어나기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의 경우, 난방과 발전용 연료유(Fuel-Oil) 소비는 최근 발전원을 석탄 및 액화천연가스(LNG)로 전환하면서 감소하고 있다. 작년 10월 기준 일본의 발전용 연료유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1% 감소했다.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 증대에도 휘발유 소비가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는 것은 자동차 연비 개선, 소비 성숙에 따른 효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중국의 휘발유 소비량이 향후 큰 폭으로 늘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비슷하게 미국의 구조적인 연비 개선에 따른 휘발유 수요 감소 추세도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 개선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인도 중국 등 아시아 일부 국가와 미국의 석유제품 수출 증대는 글로벌 수급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도는 최근 석유제품 수출량을 늘리고 있으며 향후 증설에 따라 수출량은 지속적으로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디젤 쿼터 상향으로 중국의 디젤 수출 또한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판단한다.

미국은 최근 셰일오일 생산량 증대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가동가능 정제설비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가동률 또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석유제품 수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작년 11월 기준 미국의 총 석유제품 수출은 390만b/d(하루당 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화학, 선진국發 수요회복…정유는 글로벌 수급 악화
업계에 따르면 올해 원유정제설비(CDU) 기준 공급은 100만b/d, 수요는 100만~110만b/d로 예상된다. 단순 수급만으로는 균형 수급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앞서 살펴본 수요 감소와 주요 국가 수출 등 변수가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인도 30만b/d, 중국 30~40만b/d의 공급 증가가 예정돼 있어 상반기 수급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작년 말 완공된 사우디 사토프의 40만b/d 설비는 올해 초부터 본격 가동되면서 글로벌 공급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윤재성 < 대신증권 연구원 js_yoon@daish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