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원장 "노무라·씨틱과 싸우려면 증권사 덩치 키워야"
금융투자업계 ‘싱크탱크’인 자본시장연구원을 지난 6년간 이끌어온 김형태 원장이 연구원(사진)을 떠난다.

김 원장은 14일 “다음달 7일 원장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자본시장연구원장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지인들에게 이메일로 이임인사를 했다.

김 원장은 1997년 개원 이래 내부 출신 중 처음으로 원장을 맡은 인물이다. 자본시장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2008년 제정된 자본시장통합법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8년 원장에 처음 취임했으며 2011년 연임에 성공했다.

김 원장은 임기 만료 후 가족이 있는 미국에 머물 예정이다. 그는 “4년여의 부원장 시절까지 합해 10년여간 연구원을 경영했으니 할 만큼 한 셈”이라며 “임기 만료 뒤 가족과 함께 지내며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퇴임을 앞둔 김 원장에게 국내 자본시장의 생존법을 묻자 “금융투자업체의 대형화”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 원장은 “2020년쯤 되면 적어도 아시아 지역 자본시장은 ‘한 몸’처럼 움직이게 될 것”이라며 “자본금이 3조~4조원 수준인 국내 증권사가 25조원 덩치인 일본 노무라, 13조원 수준으로 몸집을 불린 중국 씨틱 등을 당해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 수익을 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김 원장은 “현재 국내 증권사의 해외 매출 비중은 3% 미만”이라며 “이 비중을 적어도 30%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다양한 해외 상품을 발굴하고 외환을 다루는 전문가를 많이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금융투자 업체들을 자유롭게 풀어 놓아야 한다는 것도 김 원장의 조언 중 하나다. 그는 “그동안의 금융투자 업체는 정부로부터 자유롭기 힘들었다”며 “정권 교체기마다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는 일이 빈번하다 보니 개별 기업의 발전이 지체됐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의 과도한 규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금융투자업체와 은행은 야구와 축구처럼 성격이 전혀 다른 업태인 만큼 규제 설정도 달리해야 한다”며 “부실 기업어음(CP)을 판매한 동양증권과 같은 사고를 빌미로 은행과 엇비슷한 수준의 규제를 가하면 업계의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