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자의 날’인 15일을 맞아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이날 밤 방송되는 ‘3·15완후이(晩會)’프로그램의 타깃이 돼 큰 피해를 입을까 걱정돼서다. 특히 중국 정부가 20년 만에 개정한 소비자보호법이 이날부터 발효돼 고발된 기업은 예년보다 훨씬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中 공포의 '3·15 데이'…외국기업들 '벌벌'
14일 중국 언론에 따르면 올해 3·15완후이는 15일 오후 8시부터 110분간 ‘소비자의 자존심을 지키자’는 주제로 10여개 기업을 고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비리 고발을 비롯해 금융재테크, 화장품, 가전제품, 온라인결혼정보서비스, 운전학원 등에서의 소비자권익 침해 문제를 다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프로그램 중간에 소비자로부터 직접 제보를 받아 해당 제품을 고발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외국 기업들이 이 프로그램을 주시하는 것은 해마다 대형 글로벌 기업이 타깃이 되는 데다 고발될 경우 피해도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 프로그램에서 고발된 애플은 소비자 비난을 견디다 못해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사과하고 프로그램 요구대로 소비자서비스 조항을 개정했다. 폭스바겐은 기어변속기의 제품불량 문제를 지적받자 즉시 공개사과하고 해당 제품을 장착한 차량 38만대의 리콜을 결정했다. 2011년 타이어 품질 문제를 지적받은 금호타이어는 초기 대응 미숙으로 큰 손실을 입은 뒤 공개 사과했다.

올해는 어느 기업이 타깃이 될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한국계 유통업체인 A사 매장에 쥐가 돌아다니는 8초짜리 동영상이 올라왔다. 또 이 업체가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을 판매했다는 보도가 나와 한국 업체가 타깃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중국 공상국과 질검총국(품질관리국)이 공동 참여한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프로그램에 등장한 외국기업을 새로 강화된 소비자보호법 적용의 시범케이스로 삼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새로운 소비자보호법은 소비자 권한을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개정법은 소비자가 구매한 상품을 7일 이내에 취소할 수 있는 소비자철회권을 신설했다. 또 제품에 문제가 발생해 민사소송을 하면 그동안은 입증 책임이 소비자에게 있었지만 개정법에서는 제조사가 이를 입증해야 한다. 특히 판매사가 광고와 다른 물품을 판매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과거에는 물건값만 배상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물건값의 세 배를 지급해야 한다. 소비자협회가 소비자를 대신해 공익소송도 할 수 있다. 황재원 KOTRA 베이징무역관 부관장은 “중국의 소비수준이 향상되면서 고가 제품군이 많은 외국 상품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 불만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고발사건이 발생하면 최대한 기민하고 성실하게 대응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