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였던 노키아도 몰락했습니다. 소니도 추락했습니다. 이번엔 우리 차례일 수 있습니다. 자만하면 안 됩니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빌딩 곳곳에 설치된 모니터에서는 이런 메시지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온다. 삼성전자 임직원은 출퇴근 때는 물론 업무 중 사무실을 오가며 수없이 이 메시지를 듣고 봐야 한다. 한 직원은 “처음엔 ‘저걸 누가 모르냐’며 시큰둥했는데 매일 비슷한 내용이 반복해서 나오자 ‘정말 우리도 위험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위기감 고취는 ‘마하 경영’의 일환이라는 관측이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마하 경영은 “제트기가 음속을 돌파하려면 비행기 설계뿐 아니라 엔진과 소재, 부품 등 모든 것을 다 바꿔야 할 만큼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이건희 회장이 2006년 3월 사장단 회의에서 처음 제시했고 올해 삼성의 핵심 경영 키워드다.

삼성은 지난달 경기 용인시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차례로 진행한 임원 세미나에서도 마하 경영의 의미를 집중 교육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된 데다 반도체 TV 등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는 등 혁신적인 변화 없이는 지속 성장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예전부터 한발 앞서 위기를 경고하고 이에 대비하는 게 삼성 스타일이긴 하지만 지금은 강도와 차원이 다른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임원들이 직원과 얘기할 때도 예전엔 단순히 ‘위기’를 강조했다면 지금은 ‘진짜 망할 수 있다’로 발언의 수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