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크사이드CC 전경.
레이크사이드CC 전경.
삼성물산과 삼성에버랜드가 레이크사이드CC를 인수키로 한 것은 인근 글렌로스GC까지 포함하는 대규모 리조트단지를 만들어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까지 공략한다는 그랜드 플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단순한 골프장 운영을 넘어 인근 유휴용지까지 개발해 테마파크인 에버랜드를 종합리조트화하기 위한 포석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랜드 테마파크 플랜

이번 인수에서 삼성물산은 재무적 투자와 개발을, 에버랜드는 운영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14일 “삼성물산은 투자자 입장에서 인수에 참여했으며 골프장 운영은 노하우를 갖고 있는 삼성에버랜드에서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약 26만㎡에 달하는 레이크사이드CC 주변 유휴용지 개발은 삼성물산이, 골프장 운영은 에버랜드가 담당한다는 설명이다.

레이크사이드CC에서 에버랜드까지는 14㎞ 거리다. 직선거리는 10㎞도 안된다. 골프장 유휴용지에 골프텔 등 숙박시설을 짓고, 이를 기존의 에버랜드, 글렌로스GC와 연결하면 ‘그랜드 테마파크’를 만들 수 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레저시설 개발 노하우 확보 차원에서 이번 인수를 결정했고, 에버랜드가 레이크사이드와 인접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버랜드는 안양CC(18홀)를 비롯해 가평베네스트(27홀)와 안성베네스트(27홀+대중제 9홀), 글렌로스(대중제 9홀) 등 4개 골프장을, 삼성물산은 동래베네스트(18홀)를 운영 중이다. 삼성이 레이크사이드CC(총 54홀)까지 인수하면 골프장 보유규모가 기존 108홀에서 총 162홀로 늘어난다.


○높은 가격 걸림돌에 매각 3년 걸려

레이크사이드CC가 팔리면서 우리투자증권과 국내 연기금들은 2007년 사모펀드(PEF)를 통해 이 골프장 최대주주에 올라선 지 7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인수 이후 가족 경영권 다툼과 투자기관 간 갈등, 고가 논란 등에 시달렸고, 결국 당초 목표가(1조원)에 훨씬 못 미치는 값에 매각되며 투자자들에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우리투자증권 PEF인 마르스제2호는 2007년 교직원공제회가 1065억원을 대며 최대 출자자(LP)로 참여하고 지방행정공제회, 우정사업본부 등이 투자에 동참해 만들어졌다. 이후 마르스2호는 레이크사이드CC 지분 47.5%를 2700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라섰고 한동안 창업주 일가와 경영권 다툼을 벌이다가 2010년 양측의 지분을 공동으로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매각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현대중공업, 한화, KT&G 등이 인수에 관심을 보였고 골프장 내 유휴부지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신세계, 롯데 등 유통 대기업들도 인수 가능성을 타진했다. 인근에 있는 삼성에버랜드도 강력한 인수 후보 중 한 곳으로 꾸준히 거론됐다.

그러나 높은 매각가격이 걸림돌이 됐다. 우리투자증권은 88CC의 감정평가액(4300억원)을 기초로 레이크사이드CC의 가치를 9000억~1조원 수준으로 내다봤다. 고가 논란에 인수후보들이 외면하면서 매각 작업은 1년 넘게 중지됐다.

지난해에는 중견 건설업체인 호반건설과 상당 수준까지 매각협상을 진행했지만 끝내 무산됐다. 우리투자증권은 퍼블릭 코스 18홀을 따로 떼어 4000억원에 팔려고 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그 사이 매각 가격은 1조원에서 5000억원으로, 다시 3600억원으로 내려갔다. 마르스2호의 펀드 만기가 올해로 다가오면서 매각 측은 급해졌고 가격을 더 낮출 수밖에 없었다. 결국 레이크사이드CC는 지난 1월 재매각 공고를 내면서 최소 입찰가격을 3000억원까지 낮춰 삼성물산을 새 주인으로 맞게 됐다.

최병일/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