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봉천동 '항아리담은소', '한우 모듬' ㎏당 5만9000원 저렴…가족고객 몰려 月순익 1500만원
고깃집은 치킨집과 더불어 창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업종이다. 하지만 고깃집은 ‘한 집 걸러 한 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포화 상태여서 웬만한 경쟁력을 갖추지 않고는 성공하기 힘들다. 고깃집의 성공 요건은 좋은 고기를 좋은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하고 소비 트렌드에 맞는 고기 부위 선정과 판매 전략이 필요하다. 축산물 유통업체인 ‘해밀푸드’의 김준영 대표는 “최근에는 분화돼 있던 한우 및 수입육 구입-가공 처리-납품 등 전 유통 과정을 한 업체가 일괄 진행함으로써 인건비와 유통마진을 제거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봉일프라자 인근에 있는 ‘항아리담은소’는 24시간 항아리에서 숙성시킨 한우 생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인기를 끌고 있다. 항아리는 숨쉬는 기능이 있어 고기를 항아리에 넣어 숙성하면 잡내가 나지 않고 고기 특유의 맛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인 메뉴는 한우 채끝등심, 갈비살, 알목심, 차돌박이 등 한우 4가지 부위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소한마리’ 메뉴와 4인분 가격에 8인분을 주는 ‘소갈비살’ 메뉴다. 소한마리 메뉴는 1+ 등급의 한우 고기 1㎏을 5만9000원에 판매한다. 소갈비살 메뉴는 4인분을 시키면 4인분을 공짜로 더 준다. 소갈비살 600g을 4만원에 주문하면 600g이 더 나온다는 얘기다. 손님이 먹다가 남으면 깔끔한 용기에 포장해준다.

이 점포를 운영하는 이신석 사장(46·사진)은 고기해물 뷔페를 6개월간 운영하다 지난 1월 초 업종을 전환했다. 고기해물 뷔페는 매일같이 음식을 냉장고에서 내어 진열하고 장사가 끝나면 다시 음식을 거둬들여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어야 했다. “멋 모르고 시작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외식시장에서 이미 한물간 업종이더군요. 그래서 부랴부랴 고깃집으로 바꿨지요.” 그는 업종 전환에 만족한다며 “인근 고깃집에 비해 30% 정도 저렴하므로 주말에는 가족단위 손님이 많고 주중에는 주변 사무실 회사원들의 회식이 많다”고 말했다. 두 가지 메뉴의 판매 비중은 50 대 50이다.

이 가게는 축산물 유통업체 ‘해밀푸드’에서 가공한 고기를 공급받는다. 고기와 함께 밑반찬도 함께 받는다. 고기를 가공해야 하는 주방장과 밑반찬 구입 인력이 절감되는 시스템이다. 가게에 손님이 오면 기본적인 반찬 세팅을 한 번 해주면 끝이다. 그 다음부터는 고객이 마늘, 쌈장, 김치 등을 직접 갖다 먹는 셀프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구이기는 가스식 로스터기를 사용, 연기를 외부로 빼내는 닥트를 없앴다. 주방장, 서빙 직원, 숯불 피우는 인력이 줄어들고 숯 구입비와 닥트 설치비까지 줄일 수 있었다.

이 가게는 건물 2층에 331㎡(약 100평) 크기로 자리잡아 한 달 매출 5000만원, 순이익은 1500만원을 올리고 있다. 이 사장은 마을버스와 전단지 광고를 병행하며 주변 사무실과 학교의 단체고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앞으로 고객 마일리지 카드와 자체 상품권 발행을 통해 단골고객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지금까지 성적이 좋은 만큼 왕성하게 마케팅 활동을 펼쳐 월 매출 2억원에 한번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02)876-0879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