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림동 한경갤러리에서 17~28일 열리는 ‘북한 어린이 돕기 기금마련 판화전’에 전시된 이왈종 화백의 ‘제주생활의 중도’.
서울 중림동 한경갤러리에서 17~28일 열리는 ‘북한 어린이 돕기 기금마련 판화전’에 전시된 이왈종 화백의 ‘제주생활의 중도’.
북한의 5세 미만 어린이 사망률은 1000명당 33명이고 대부분 식수와 위생시설이 부족해 폐렴과 설사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특히 5세 미만 아동의 28%는 영양부족으로 심각한 발육부진을 겪고 있다. 북한 아이들이 처한 이 같은 상황에 몸과 마음이 움츠러든다. 한국화가 이왈종 화백(69)이 이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이 화백은 17~28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1층 한경갤러리에서 ‘북한 어린이 돕기 기금마련’ 판화 전시회를 연다. ‘사랑을 품다’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화려한 필치로 묘사한 ‘제주 생활의 중도’ 시리즈 오프셋판화와 실크 스크린 작품 30여점을 걸었다. 판매수익금은 유니세프에 기증한다. 그림값이 비싸 작품 소장을 망설였던 컬렉터 입장에선 저렴한 가격에 판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대학교수직을 내던지고 제주에서 25년째 활동하고 있는 이 화백은 “굶주리고 병든 북한 어린이들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자선전을 마련했다”며 “북한 어린이들의 심각한 기아 실태를 전해 듣고 가슴이 아팠다”고 전시회 취지를 설명했다.

“어린이는 희망의 상징입니다. 화가들 작품에 자연과 어울려 뛰노는 해맑은 어린이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겁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굶주리는 북한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는 “북한 어린이에 대한 박애 정신은 예술가의 사회적인 역할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며 “이제 세상의 하늘을 이고 있는 동백나무가 돼 동백의 꽃망울 같은 인류애를 피우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화백은 최근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라는 자신의 인생철학을 실천하는 데 부쩍 관심을 쏟고 있다. 2011년 사회공헌을 위해 재단법인 왈종후연미술문화재단을 설립한 데 이어 작년 5월에는 사비를 털어 ‘왈종미술관’을 짓고 소장품 380여점을 기증했다. 또한 매년 판화전을 열고 전시회 수익금(3000만원)을 불우이웃과 다문화가정을 돕기 위해 유니세프에 기부해왔다.

“불우이웃을 돕는 게 남은 생의 목표입니다. 미술관 1층 바닥에 ‘일체유심조 심외무법(一切唯心造 心外無法·모든 게 마음에 달려 있고, 마음이 곧 법이다)’이라고 쓴 것도 욕심을 버리고 주변 사람에게 잘해보자는 의미입니다.”

이 화백의 회화세계 역시 자연과 사람이 혼연일체가 되는 ‘희망의 철학’을 경쾌하고 시원스럽게 노래한다.

“제 작품이 ‘중도’라는 불교적 세계관인 것 같지만 근본적으로는 사랑과 박애의 정신을 담아내려 한 것입니다. 이웃의 아픔 등 ‘세상 밖 세상’을 새로운 희망으로 바꾸어 화면에 녹여내려 하거든요.”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는 원근법을 무시한 채 인간보다 큰 새가 등장하고 하늘에는 물고기가 날아다니며 사람들은 나무 속에서 뛰어논다. 자동차, TV, 골프장 등 생활 주변에서 숨쉬는 동식물이 신나게 모이고 날고 뛰는 환상적 공간이 흥미롭다. (02)360-423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