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김중수 가고 이주열 오는데 '우리 살림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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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목표 등 새 환경 맞춰 변신
국민 편에서 통화정책 추진해야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국민 편에서 통화정책 추진해야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국은행 역사상 처음 이주열 차기 총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청렴결백하고 강직한 인품과 내부에서의 높은 평가 등을 감안하면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는 통과 여부보다 앞으로 통화정책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 중앙은행은 많이 변하고 있다. 한은도 변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앙은행 목표부터 근본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은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목표다. 밀턴 프리드먼과 같은 통화론자들은 ‘천사와의 키스’만 할 것을 주장해 왔다. 물가안정 이외에 다른 목표를 추구하는 것은 ‘악마와의 키스’라 할 정도로 금기해 왔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글로벌화되고 시장경제가 활성화됨에 따라 물가는 추세적으로 안정되고 있다. 날로 격화하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최종상품의 가격파괴와 인하 등 ‘월마트 효과’가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성장률이 올라가는데 물가가 떨어지는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물가가 안정된 시대에서 중앙은행은 물가안정만 고집하기보다 성장, 고용 등과 같은 다른 목표를 추진해야 한다. 미국 중앙은행(Fed)도 창립 100주년을 맞아 ‘물가 목표제(inflation targeting)’뿐만 아니라 ‘고용 목표제(employment targeting)’를 양대 책무로 설정해 운영해 오고 있다. 일본, 유럽 등 다른 국가 중앙은행도 마찬가지다.
통화정책 목표가 수정될 경우 적정금리 산출 방식도 변경해야 한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에 경제성장률을 더한 수치와 비교해서 적정성을 따지는 피셔 공식을 주로 활용해 왔다. 다른 중앙은행들은 ‘테일러 준칙’이나 ‘수정된 테일러 준칙’을 근거로 물가와 성장 등 여타 거시경제 목표 가운데 그때그때 경제여건과 우선순위에 따라 신축적으로 대처해 왔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통화론자들은 특정국이 기준금리를 변경할 때 통화준칙에 의할 것을 주장해 왔다. 이를 테면 한은의 목표 상한선이 3%일 때 이보다 물가가 더 올라가면 자동적으로 금리를 인상해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이 이 준칙의 핵심이다.
이에 비해 물가 이외 다른 목표가 더 우선시될 경우 기준금리 변경을 안할 수 있다는 것이 사람에 의한 기준금리 결정 방식이다. 갈수록 ‘법치(法治)’보다는 ‘인치(人治)’에 의한 기준금리 결정 방식이 힘을 얻고 있다. 올해 2월부터 Fed 의장을 맡고 있는 재닛 옐런의 ‘최적통제준칙(optimal control rule)’이 대표적이다.
‘최적통제준칙’이란 Fed의 양대 책무로부터의 편차를 최소화하는 정책금리 경로를 산출해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고용목표 달성에 도움이 된다면 물가가 일시적으로 목표치를 벗어나는 것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떤 경우든 물가 목표치에서 벗어나서는 안된다는 다른 준칙과 대조적이다.
통화정책 관할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해 ‘그린스펀 독트린’과 ‘버냉키 독트린’ 간 논쟁이 유명하다. 금리변경과 같은 통화정책은 원칙적으로 부동산, 주식 등과 같은 자산시장 여건을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의 신념이다. 이 독트린은 한때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였지만 자산시장의 거품을 일으켜 2008년 하반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낳게 한 주범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통화정책 대상에 부동산 등의 자산시장을 함께 고려해야 하고 실제로 그렇게 추진했다. 금융위기 이후처럼 실물경기와 자산가격이 따로 노는 여건에서 통화정책은 자산시장을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버냉키 전 의장의 주장이다. 옐런 현 Fed 의장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갈수록 각국 통화정책은 ‘그린스펀 독트린’보다 ‘버냉키 독트린’ 쪽으로 기울고 있다. 국민들의 소득도 자산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경기대책으로 ‘부(富)의 효과’를 감안해야 할 때가 됐다는 의미다. 한은도 통화정책 관할 대상에 자산시장 움직임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글로벌화에도 신경 써야 한다. 기업과 금융사의 글로벌화는 크게 진전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자국만 감안하는 ‘은둔의 왕국’이 된다면 위기극복 등 모든 활동에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세계 증시와 부동산이 활황을 보일 때 국내 증시와 부동산이 안 좋았던 이유는 다른 중앙은행들과 동떨어진 유동성 조절정책 때문이다.
우리 국민과 한은 내부 분위기를 보면 떠나가는 총재에 대한 아쉬움보다 새로 오는 총재에게 기대가 더 높다. 그런 만큼 앞으로 통화정책은 국민 편에서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살림살이가 개선되고 떨어졌던 국민 신뢰도 되찾을 수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각국 중앙은행은 많이 변하고 있다. 한은도 변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앙은행 목표부터 근본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은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목표다. 밀턴 프리드먼과 같은 통화론자들은 ‘천사와의 키스’만 할 것을 주장해 왔다. 물가안정 이외에 다른 목표를 추구하는 것은 ‘악마와의 키스’라 할 정도로 금기해 왔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글로벌화되고 시장경제가 활성화됨에 따라 물가는 추세적으로 안정되고 있다. 날로 격화하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최종상품의 가격파괴와 인하 등 ‘월마트 효과’가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성장률이 올라가는데 물가가 떨어지는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물가가 안정된 시대에서 중앙은행은 물가안정만 고집하기보다 성장, 고용 등과 같은 다른 목표를 추진해야 한다. 미국 중앙은행(Fed)도 창립 100주년을 맞아 ‘물가 목표제(inflation targeting)’뿐만 아니라 ‘고용 목표제(employment targeting)’를 양대 책무로 설정해 운영해 오고 있다. 일본, 유럽 등 다른 국가 중앙은행도 마찬가지다.
통화정책 목표가 수정될 경우 적정금리 산출 방식도 변경해야 한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에 경제성장률을 더한 수치와 비교해서 적정성을 따지는 피셔 공식을 주로 활용해 왔다. 다른 중앙은행들은 ‘테일러 준칙’이나 ‘수정된 테일러 준칙’을 근거로 물가와 성장 등 여타 거시경제 목표 가운데 그때그때 경제여건과 우선순위에 따라 신축적으로 대처해 왔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통화론자들은 특정국이 기준금리를 변경할 때 통화준칙에 의할 것을 주장해 왔다. 이를 테면 한은의 목표 상한선이 3%일 때 이보다 물가가 더 올라가면 자동적으로 금리를 인상해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이 이 준칙의 핵심이다.
이에 비해 물가 이외 다른 목표가 더 우선시될 경우 기준금리 변경을 안할 수 있다는 것이 사람에 의한 기준금리 결정 방식이다. 갈수록 ‘법치(法治)’보다는 ‘인치(人治)’에 의한 기준금리 결정 방식이 힘을 얻고 있다. 올해 2월부터 Fed 의장을 맡고 있는 재닛 옐런의 ‘최적통제준칙(optimal control rule)’이 대표적이다.
‘최적통제준칙’이란 Fed의 양대 책무로부터의 편차를 최소화하는 정책금리 경로를 산출해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고용목표 달성에 도움이 된다면 물가가 일시적으로 목표치를 벗어나는 것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떤 경우든 물가 목표치에서 벗어나서는 안된다는 다른 준칙과 대조적이다.
통화정책 관할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해 ‘그린스펀 독트린’과 ‘버냉키 독트린’ 간 논쟁이 유명하다. 금리변경과 같은 통화정책은 원칙적으로 부동산, 주식 등과 같은 자산시장 여건을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의 신념이다. 이 독트린은 한때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였지만 자산시장의 거품을 일으켜 2008년 하반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낳게 한 주범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통화정책 대상에 부동산 등의 자산시장을 함께 고려해야 하고 실제로 그렇게 추진했다. 금융위기 이후처럼 실물경기와 자산가격이 따로 노는 여건에서 통화정책은 자산시장을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버냉키 전 의장의 주장이다. 옐런 현 Fed 의장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갈수록 각국 통화정책은 ‘그린스펀 독트린’보다 ‘버냉키 독트린’ 쪽으로 기울고 있다. 국민들의 소득도 자산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경기대책으로 ‘부(富)의 효과’를 감안해야 할 때가 됐다는 의미다. 한은도 통화정책 관할 대상에 자산시장 움직임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글로벌화에도 신경 써야 한다. 기업과 금융사의 글로벌화는 크게 진전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자국만 감안하는 ‘은둔의 왕국’이 된다면 위기극복 등 모든 활동에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세계 증시와 부동산이 활황을 보일 때 국내 증시와 부동산이 안 좋았던 이유는 다른 중앙은행들과 동떨어진 유동성 조절정책 때문이다.
우리 국민과 한은 내부 분위기를 보면 떠나가는 총재에 대한 아쉬움보다 새로 오는 총재에게 기대가 더 높다. 그런 만큼 앞으로 통화정책은 국민 편에서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살림살이가 개선되고 떨어졌던 국민 신뢰도 되찾을 수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