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조금을 빼먹기 위한 컨설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본지 경찰팀 보도(3월15일자 A1, 4면)에 따르면 그야말로 요지경 세상이다.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적발된 국가보조금 부정수급액만 1700억원에 달했다. 대검찰청과 경찰청 공동 수사자료에 의하면 대부분의 사건에 브로커들이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다. 브로커들이 모르는 국가보조금은 거의 없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고용환경개선 지원금’을 노린 컨설팅 업체만 해도 전국적으로 100여곳이 활개를 친다. 보조금 가짓수만도 수백개에 달한다는 중소기업 지원 보조금은 컨설팅이라는 이름을 내건 소위 꾼들의 먹잇감이 된 지 오래다. 최근 들어 중기 보조금이 우후죽순처럼 더 생겨나자 컨설팅 업체도 덩달아 급속히 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창업분야 지원금은 남아돌 정도여서 컨설팅 업체 사이에서는 물 좋은 곳으로 통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연구개발 농업 복지 등 다른 보조금도 마찬가지다. 결국 46조4900억원(2012년 기준)에 달한다는 국가보조금 전부가 이들 브로커의 타깃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한 번이라도 국가보조금 맛을 본 사람은 아예 브로커로 전업하는 일도 비일비재한 모양이다. 심지어 공무원이 직접 브로커로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최근 고용부의 한 공무원이 노무법인을 설립해 58억원의 수수료를 챙긴 사건은 그 대표적 사례다. 한마디로 보조금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한 것이다.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보조금 부정수급 사건이 터질 때마다 관리체계를 손본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갈수록 지능화되는 컨설팅 수법을 따라가기에도 벅찰 정도다. 이미 국가보조금 규모가 너무 커졌고, 그 가짓수 또한 너무 많아졌다. 보조금 자체에 대한 대수술 없이는 도덕적 해이를 막을 길도 없다. 정부가 떠드는 규제개혁도 동전의 양면인 보조금을 그대로 두고는 한낱 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 경제혁신을 위해서도 보조금의 전면 정비가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