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권 시장, 레이크사이드發 '봄바람'
골프 회원권시장에 ‘레이크사이드발(發)’ 훈풍이 불고 있다. 17일 회원권거래소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레이크사이드CC 인수로 꽁꽁 얼어붙었던 회원권시장에 봄이 찾아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증권사, 금융사, 건설사 등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회원권을 팔아치우기 시작하면서 회원권시장은 침체의 늪에 빠졌다. 게다가 지난해 말 수원지방법원이 골프클럽Q안성의 회생계획안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회원들의 입회금 가운데 17%만 돌려주라고 결정하고 가산노블리제CC는 퍼블릭으로 전환했다가 매각돼 입회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하게 되는 사태가 빚어지면서 회원권시장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6년째 속절없이 하락한 회원권

회원권시장의 황금기는 2006~2008년이었다. 상당수 골프장이 이 기간에 역대 최고 시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6년째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현재는 최고가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소위 ‘황제 회원권’으로 불리던 남부CC는 2008년 6월 21억5000만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현재 8억원으로 62.8% 급락했다. 이스트밸리CC와 가평베네스트GC, 남촌CC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가평베네스트는 2008년 19억3000만원을 찍은 뒤 현재 7억6000만원으로 60.63% 내렸다. 16억~17억원대였던 이스트밸리와 남촌은 각각 6억2000만원, 5억9000만원으로 하락했다.

서원밸리CC는 2008년 7월 9억7000만원을 기록했으나 현재 1억7000만원으로 8억원이 빠졌다. 송추CC도 2008년 3월 9억3000만원을 찍은 뒤 2억9600만원으로 68.2% 하락했다. 9억원까지 갔던 아시아나CC도 2억4000만원으로 내려갔다.

◆‘삼성 회원권’ 얼마나 오를까

레이크사이드 서코스(18홀)의 회원권 가격은 2000년 4억8000만원에서 2003년 6억8600만원으로 오른 뒤 2006년 10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2008년에는 역대 최고가인 13억원대를 찍었다.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2010년 8억9000만원으로 떨어졌고 2011년에는 2003년 시세인 6억6000만원으로 급락했다. 2012년 5월부터 레이크사이드의 공개 매각이 진행되면서도 하락세는 멈추지 않아 2012년 4억1600만원으로 추락했고 지난해에는 3억4000만원, 현재는 3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삼성의 인수로 레이크사이드 회원권 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회원권시장에는 입회금 반환이 최고의 화두로 등장해 모기업의 안정성이 최우선 고려 대상으로 부상했다. 국내 최고의 기업 삼성이 보장하는 회원권이라는 점에서 레이크사이드의 인기는 치솟을 수밖에 없다.

우재균 에이스회원권거래소 애널리스트는 “레이크사이드의 회원권 가격은 당연히 상승하리라 예상한다”며 “삼성에서 바로 시설 투자를 진행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골프장 간의 시너지 효과를 고려한 사업이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삼성 관련 회원권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원권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

회원권시장은 연초에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중가 회원권보다는 고가와 저가 위주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호가가 올라갔다. 시장은 삼성의 레이크사이드 인수가 상승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이현균 에이스회원권거래소 애널리스트는 “삼성이라는 후광이 골프장 인수합병(M&A), 회원권 거래 및 분양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장기간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골프장 업계에는 분명 호재”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악재가 너무 많다는 시각도 있다. 한 회원권거래소 관계자는 “입회금 반환 폭탄 등 기존의 악재에 여전히 정부가 골프를 사치업종으로 보고 있는 데다 기업들이 골프 자제령을 내리고 있어 회원권 가격이 상승하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