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용 LED가 조명기구라니…제조사 "시장 현실 너무 모른다"
LED(발광다이오드) 모듈 관세화를 둘러싼 관세청과 국내 전자업계의 갈등은 2012년부터 불거졌다. 그전까지 각국은 LED 모듈에 관세를 매기지 않았다. 1997년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정보기술(IT) 제품 단일소자에 대해선 무관세로 교역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관세청은 세계관세기구(WCO)에 8%의 관세 부과안을 상정했다. LED 모듈은 IT 부품이 아니라 관세를 매길 수 있는 ‘조명기구’라는 이유에서였다. 업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LED 산업의 세계 정상 자리를 놓고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무관세를 유지해온 일본과 달리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선 것. 한국의 상정안은 업계 예상대로 중국 등 자국산업 보호가 필요한 LED 후발국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 같은 구도는 지난해 3월 이뤄진 WCO 회원국 내 첫 투표 결과에 그대로 반영됐다. 중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 업체들의 공세로부터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 싶어했던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대거 찬성표를 던지면서 16 대 10으로 관세화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일본은 자국 관세화안을 전면 거부하면서 계속 재투표를 요구했고 지난 9월 2차 투표가 이뤄졌다. 투표 결과는 20 대 20으로 나왔고 이달 초 이뤄진 3차 투표에선 27 대 18로 무관세 결정이 내려졌다.

이 와중에 국내 업계는 관세청을 상대로 관세 부과의 문제점을 수차례 호소했지만 내부 규정상 LED 조명은 부품이 아니라 조명기구라는 점, 연간 500억원의 세수를 포기할 수 없다는 점 등을 앞세워 지난해 11월 이후 계속 관세를 물려왔다. 이진희 관세청 세원심사과장은 “현행 품목분류 기준상 LED 모듈은 단일 소자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관세율 0%를 적용할 수 없다”며 “수출업체는 관세를 환급받기 때문에 피해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LED 모듈이 ‘조명기구’가 아닌 ‘TV 부품’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재수출 물량은 관세 환급을 해준다고 하지만 3~4개월 이상 돈이 묶일 뿐 아니라 환급받는 데도 적잖은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 LG이노텍 등은 중국 등 해외공장에서 생산한 LED 모듈을 수입해 한국에서 세트 제품으로 만든 뒤 해외에 다시 수출하고 있다. TV백라이트용 LED 모듈에서 한국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TV와 디스플레이 업계 1, 2위를 다 갖고 있어서다.

업계가 우려하는 건 단순히 연간 500억원의 세금 때문만이 아니다.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상황에서 원가가 높아지고, 글로벌시장 점유율이 하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이 따라올 시간을 벌어줄 수도 있다.

그동안 이 문제를 놓고 정부 내에서도 이론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관계 부처 회의에서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국내 산업 이익 보호, LED의 친환경성 등을 감안해 무관세화를 건의했지만 관세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WCO의 이번 결정으로 업계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관세가 완전히 사라질지는 미지수다. WCO의 이번 투표가 최종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나라라도 WCO에 이의를 제기하면 9월에 다시 표결을 해야 한다. 관세청은 아직 내부적으로 무관세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 LED 모듈

‘빛을 내는 반도체’인 LED 칩(광원)을 기판 위에 탑재한 전자부품. 전기를 넣으면 빛을 내 조명기기, TV백라이트 등에 사용된다.

김현석/임원기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