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부터 DDP서 첫 외부전시
청자·혜원전신첩 등 59점 출품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오는 21일부터 6월15일까지 열리는 ‘간송문화’전 제1부 ‘간송 전형필’ 이 주목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해 11월1일 간송미술문화재단이 DDP와 맺은 공동기획전 협약에 따라 처음 마련한 이번 전시는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DDP라는 첨단 하드웨어가 우리 고미술 명품이라는 소프트웨어와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다.
일제강점기 민족 문화재 보호에 헌신했던 간송 전형필(1906~1962)은 민족문화의 우수성을 후세에 전하려 했던 문화 독립운동가였다. 이번 전시는 그런 간송의 정신을 어떻게 발전적으로 계승할지 고민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전시는 모두 5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간송 이야기’는 간송의 비망록, 친필 에세이, 사진, 서화 및 전각 등 간송이 남긴 유품을 통해 간송의 꿈과 삶을 더듬어 본다.
‘길을 열다’에서는 정선의 ‘해악전신첩’과 현재 심사정의 대표작 ‘촉잔도권’ 등을 손에 넣은 초기의 수집 과정을 살핀다. ‘지켜내다’에서는 일제강점기 한국 문화재 반출에 앞장 선 경성미술구락부를 상대로 투쟁하면서 사재를 털어 고려청자 조선백자 명품을 지켜낸 과정을 조명한다.
현해탄을 건너가 일본에서 활동하던 영국인 국제변호사 존 개스비로부터 청자오리형연적 등 다수의 국보급 고려청자를 찾아온 얘기는 또 ‘찾아내다’에서 만날 수 있다. 마지막 섹션인 ‘훈민정음’에서는 한글을 만든 이유와 원리, 사용법을 설명한 국보 제70호 훈민정음을 선보인다.
전시품은 모두 59점으로 대부분 국보로 지정되거나 국보에 준하는 명품 중의 명품들이다. 심사정의 대작으로 그림 길이가 8.18m에 이르는 ‘촉잔도권’은 처음으로 전면을 펼쳐 공개한다.
또 신윤복의 풍속화를 한데 모은 ‘혜원전신첩’(국보 제135호)은 전시 기간 중 세 차례에 걸쳐 교체해 관객이 30면 모두를 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겸재 정선이 72세에 금강산을 유람하고 그려낸 ‘해악전신첩’과 개스비의 도자기 컬렉션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하다.
7월2일부터 9월28일까지 열리는 ‘간송문화’전 제2부 ‘보화각’에서는 간송이 수집한 명품을 장르별로 선보일 예정이다.
전인건 간송미술문화재단 사무국장은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은 시설이 낡고 공간이 좁아 관객 수용에 한계가 있었다”며 “DDP의 현대적인 공간에서 많은 이들이 우리 문화의 정수를 만나 창조적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