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채권시장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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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사상 첫 부도 후 지방채 가격은 오히려 올라
"中 정부, 살릴 곳은 살린다" 투자자들 '안전자산' 인식
"中 정부, 살릴 곳은 살린다" 투자자들 '안전자산' 인식
태양광 업체 차오리솔라가 지난 7일 중국 회사채 시장에서 사상 첫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내자 채권시장 전반에 적잖은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중국 경제의 핵심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됐던 지방정부 발행 채권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높았다. 그러나 회사채 디폴트 사건 이후 중국 지방채 금리는 오히려 하향 안정세(채권가격 상승)를 보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가 지방정부융자플랫폼(LGFV)을 통해 발행한 지방채(5년 만기·AA등급) 유통시장 금리는 지난 1월20일까지만 해도 연 8.07%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0.72%포인트 하락해 최근에는 연 7.35%까지 떨어졌다. 채권금리가 낮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그 채권을 그만큼 안전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지방채 금리가 하락한 데는 최근 중국 인민은행이 금융시장에서 그동안의 긴축 기조를 완화한 것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발행한 국고채와 지방채 간의 수익률 격차가 0.5%포인트가량 좁혀졌다는 것은 지방채에 대한 투자자 선호가 높아진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FT는 “채권 투자자들이 중국 금융시스템에 작용하는 중국 특유의 정치적 논리를 읽은 결과”라고 풀이했다.
중국은 정부가 금융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용인 없이는 회사채 디폴트 사건이 발생하기 힘들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대회) 기간에 회사채 디폴트를 허용했다는 것은 ‘죽일 놈은 죽이고, 살릴 놈은 살리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이런 측면에서 지방정부가 발행한 채권은 중국 정부가 확실하게 살리는 쪽에 포함된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상하이에 있는 한 외국계 은행의 채권트레이더는 “시장은 더 이상 지방정부 부채 문제를 걱정하지 않는다”며 “투자자들은 이제 지방채를 ‘안전자산’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지방정부 부채는 2008년 말 5조6000억위안에 불과했지만 최근엔 17조9000억위안(2012년 6월 말 기준)으로 불어났다. 이 중 2조4600억원가량이 올해 만기가 도래해 일각에선 디폴트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최근 지방채를 찾는 투자자가 늘면서 만기 연장을 위한 차환 발행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1월 한 달간 70건이었던 지방채 발행 건수는 최근 2주간 82건으로 늘었다. 1월 8%대 중·후반에 달했던 발행 금리도 이달 들어선 7%대로 낮아졌다. 화롱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지방채 만기 연장에 대한 우려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정부가 LGFV를 통해 발행한 지방채는 그동안 중국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는 불안요인으로 지목됐다. ‘그림자 금융’ 상품으로 꼽히는 신탁상품과 자산관리상품 등이 지방채를 대거 편입하고 있어 지방채에서 연쇄 디폴트가 나면 그림자 금융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가 지방정부융자플랫폼(LGFV)을 통해 발행한 지방채(5년 만기·AA등급) 유통시장 금리는 지난 1월20일까지만 해도 연 8.07%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0.72%포인트 하락해 최근에는 연 7.35%까지 떨어졌다. 채권금리가 낮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그 채권을 그만큼 안전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지방채 금리가 하락한 데는 최근 중국 인민은행이 금융시장에서 그동안의 긴축 기조를 완화한 것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발행한 국고채와 지방채 간의 수익률 격차가 0.5%포인트가량 좁혀졌다는 것은 지방채에 대한 투자자 선호가 높아진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FT는 “채권 투자자들이 중국 금융시스템에 작용하는 중국 특유의 정치적 논리를 읽은 결과”라고 풀이했다.
중국은 정부가 금융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용인 없이는 회사채 디폴트 사건이 발생하기 힘들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대회) 기간에 회사채 디폴트를 허용했다는 것은 ‘죽일 놈은 죽이고, 살릴 놈은 살리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이런 측면에서 지방정부가 발행한 채권은 중국 정부가 확실하게 살리는 쪽에 포함된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상하이에 있는 한 외국계 은행의 채권트레이더는 “시장은 더 이상 지방정부 부채 문제를 걱정하지 않는다”며 “투자자들은 이제 지방채를 ‘안전자산’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지방정부 부채는 2008년 말 5조6000억위안에 불과했지만 최근엔 17조9000억위안(2012년 6월 말 기준)으로 불어났다. 이 중 2조4600억원가량이 올해 만기가 도래해 일각에선 디폴트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최근 지방채를 찾는 투자자가 늘면서 만기 연장을 위한 차환 발행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1월 한 달간 70건이었던 지방채 발행 건수는 최근 2주간 82건으로 늘었다. 1월 8%대 중·후반에 달했던 발행 금리도 이달 들어선 7%대로 낮아졌다. 화롱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지방채 만기 연장에 대한 우려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정부가 LGFV를 통해 발행한 지방채는 그동안 중국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는 불안요인으로 지목됐다. ‘그림자 금융’ 상품으로 꼽히는 신탁상품과 자산관리상품 등이 지방채를 대거 편입하고 있어 지방채에서 연쇄 디폴트가 나면 그림자 금융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