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관료·정치인은 '규제특권' 내려놓아라
비장하다. “규제개혁은 꿈까지 꿀 정도로 생각하고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 “쓸데없는 규제는 원수이자 암 덩어리이므로 사생결단하고 붙어야 한다.” “진돗개처럼 끈질긴 자세를 갖고 규제개혁에 나서야 한다.” 연일 규제혁파를 외치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절절함이 묻어난다. 사실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수많은 규제 법안들이 쏟아져 나올 때 필자는 한국 경제에 대해 비관적이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이제야 제대로 방향을 잡고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 같아 다시 희망을 가져 본다.

경제성장의 핵심 요소는 기업과 기업가 정신이다. 기업과 기업가의 혁신활동이 왕성해야 경제가 활력을 띠고 성장한다. 기업에 대한 규제는 기업과 기업가의 혁신활동을 방해하여 성장 동력을 떨어뜨리며 점점 국가 경제를 쇠퇴하게 만든다.

지난 20년 동안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한국 경제가 저성장 늪에 빠진 이유는 역대 정부들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규제를 대거 도입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보호법을 비롯해 노동시장을 경직시키는 각종 법안, 동반성장이란 명목으로 가해진 골목상권 진입 규제, 하도급거래 규제 강화,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경제민주화란 이름하에 순환출자 규제, 일감몰아주기 규제, 금산분리 강화 등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수많은 규제가 만들어졌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경제가 잘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허황된 꿈이다.

규제개혁에서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등 역대 정권마다 규제개혁을 외쳤지만 모두 용두사미로 끝났다. 규제개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규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메커니즘을 잘 이해해야 한다. 규제는 프리드먼이 말한 소위 ‘철의 삼각형(Iron Triangle)’에 의해 생성된다.

철의 삼각형은 ‘특수이익집단’ ‘정치인’ ‘관료’ 간에 형성되는 강철처럼 단단한 정치관계를 말한다. 특수이익집단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부와 정치인에게 이런저런 규제를 만들어 달라고 청탁한다. 정부 관료들과 정치권은 여기에 영합하여 규제를 만들어 준다. 규제를 통해 지대를 추구할 수 있으므로 정부 관료와 정치권은 일단 만들어진 규제를 놓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규제를 더 강화하려고 한다.

중앙정부 부처의 규제만이 전부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의 규제, 각종 유권해석, 구두지도, 행정지도, 권고, 지침 등 ‘보이는 규제’와 ‘보이지 않는 규제’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다. 역대 정부가 하나같이 규제개혁에 매달렸지만 실패한 이유는 이런 규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대처했기 때문이었다.

이 구조적인 문제의 핵심은 정부 관료와 정치권에 있다. 그래서 아무리 박 대통령이 비장한 마음으로 절절이 규제개혁을 외쳐도 정부 관료와 정치권이 움직여주지 않으면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이들을 움직일 수 있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대통령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고 성장 동력을 회복하여 대한민국을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기업 활동을 억제하고 기업가 정신을 훼손시키는 각종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설득하고 추진해 나아가야 한다.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정치권의 강력한 반대, 관료들의 조직적인 거부와 시간 끌기 등으로 대통령의 의지는 시험 받을 것이다. 그러나 결코 개혁 의지를 굽혀서는 안 된다.

박 대통령의 호소처럼 지금은 “미래세대가 정말 발전한 나라를 우리로부터 이어받느냐, 그렇지 않으면 그냥 발전하다가 쪼그라들어서 못난 선배들이 되느냐 하는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점”이다. 여기서 실패하면 우리는 아르헨티나 같은 남미 국가처럼 전락할 수 있다. 규제혁파에 대한민국의 장래가 달려 있음을 인식하고 관료와 정치권은 자신들의 특권을 내려놓고 박 대통령의 규제개혁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규제개혁에 대한 강력한 실천의지에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파이팅!!

안재욱 < 경희대 경제학 교수 jwan@kh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