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맞수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하늘을 나는 호텔’로 불리는 초대형 여객기 A380 운항 경쟁에 돌입했다. 2010년부터 A380 운항을 시작한 대한항공이 한발 앞선 가운데, 아시아나항공도 오는 5월부터 이 비행기를 도입해 고객 유치전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똑같은 A380 기종을 사용하지만 두 회사의 전략은 천양지차다. 대한항공은 좌석 수를 최소화하면서 라운지바(BAR) 등 부대 서비스를 강화하는 ‘프리미엄’ 전략을, 아시아나항공은 공간 효율성과 탑승객 사생활 보호에 초점을 맞춘 ‘프라이빗’ 전략을 택했다.


○불붙는 A380 경쟁

아시아나항공이 오는 5월 도입하는 A380 내부 디자인은 대한항공과 완전히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좌석 수와 좌석배치도다.

대한항공은 407석(1등석 12석, 비즈니스 94석, 이코노미 301석)인 데 비해 아시아나항공은 495석(1등석 12석, 비즈니스 66석, 이코노미 417석)이다. 이처럼 아시아나항공의 이코노미석이 상대적으로 많지만 앞뒤 좌석 간 거리는 34인치(86.3㎝)로 같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이코노미석 시트의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는 방식으로 앞좌석과의 여유공간을 1인치 이상 추가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석 배치도 다르다. 대한항공은 2층 전체를 비즈니스석으로 설계한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1층과 2층에 비즈니스석을 분산 배치했다. 대한항공은 “비즈니스석으로만 구성된 전용기를 타는 느낌을 주겠다”는 전략을, 아시아나항공은 “이코노미석과 차별화된다는 만족감을 주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좌석 배열도 대한항공은 6개 비즈니스석을 일렬종대로 설계한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지그재그’ 형태로 디자인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그재그 형태는 옆좌석 승객을 방해하지 않고 복도 출입을 할 수 있고, 사생활 보호기능도 뛰어나다”며 “항공기 인테리어 분야 선두기업인 영국 탠저린이 설계한 것으로 만성적자를 내던 영국항공이 이 디자인 덕에 흑자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vs 프라이빗

차이점은 또 있다. 대한항공은 A380을 도입한 항공사로는 처음으로 기내에 면세품 전시공간을 설치했다. 면세품 판매전담 승무원도 뒀다. 1층 1등석과 2층 비즈니스석 앞쪽에 라운지바도 만들었다. 이를 통해 A380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게 대한항공 전략이다.

이에 비해 아시아나항공은 ‘프라이빗(private)’ 전략을 택했다. 라운지바 등을 두지 않는 대신 1등석과 비즈니스석 승객의 사생활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 1등석엔 전 세계 항공사 중 처음으로 미닫이문을 설치해 ‘완벽한 개인 공간’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1등석에 대한항공의 23인치 디스플레이보다 큰 32인치 디스플레이도 달아 차별화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 장거리를 운항하는 A380 특성상 탑승률이 90%가량은 돼야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승객들이 프리미엄과 프라이빗 전략 중 어느 쪽을 택할지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2010년 2대를 도입하기 시작해 현재 총 8대의 A380을 운항하고 있다. 이 회사는 LA와 뉴욕, 애틀랜타 등 미국 3개 도시와 홍콩 등 총 4개 노선에 A380을 투입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5월과 6월에 A380을 1대씩 도입한 뒤 2017년까지 6대로 늘릴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일단 미국 LA노선에 A380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태명/이미아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