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역을 기반으로 한 소주기업 무학의 최재호 회장(사진)은 1주일에 4일은 서울에서 보낸다. 경남 창원시에 있는 본사 대신 서울 역삼동에 있는 서울사무소를 더 많이 찾는 것.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경남지역보다는 본격 진출을 앞두고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는 서울에서 챙겨야 할 게 더 많다는 판단에서다.

최 회장은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이 ‘맥주전쟁’에 뛰어든 지금이 무학 소주가 서울에 진출할 찬스”라고 말했다. 무학은 2015년 진출 예정이던 계획을 앞당겨 올해 하반기 판매조직을 갖춘 뒤 수도권 공략을 본격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무학은 지난해 11월 1000억원을 투자해 완공한 창원 소주공장에서 매월 3000만병의 ‘좋은데이’를 생산, 수도권에 납품할 계획이다. 좋은데이는 알코올 도수가 16.9도인 저도주로 경남과 부산에서는 70~80%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무학의 대표제품이다.

최 회장은 “창원공장 생산물량이 모두 판매되면 전국 점유율 30%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학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전국 점유율은 14.9%로, 하이트진로(48.1%), 롯데주류(15.4%)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롯데주류를 제치고 2위에 오른 적도 있다.

무학은 1700억원가량의 보유자금을 사용해 진출 초기 판촉활동에 집중할 방침이다. 17도 미만의 주류는 오후 10시 이후에 TV 광고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적극 알리겠다는 것. 경남과 부산 출신으로 ‘좋은데이’의 제품력을 이미 알고 있는 소비자들을 첫 타깃으로 삼았다.

현재는 무학이 직접 운영하는 파머스키친 등 강남 일대의 음식점에 ‘좋은데이’를 납품해 소비자 반응을 테스트하는 중이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와는 ‘지역 소주 특별전’에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 뒤 수도권 점포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

최 회장은 “여성 고객을 중심으로 좋은데이의 깔끔한 맛에 대한 좋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며 “수도권 시장에서의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를 18도대로 낮춘 것과 관련해 최 회장은 “소비자가 원해서 그렇게 한 것인지 회사 차원의 판단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알코올 도수를 낮추면 원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정 투입량을 줄일 수 있어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도수를 낮추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낮은 도수에서 어떤 맛을 내는지가 중요하다”며 “제품의 맛에서 우위를 점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주류업계는 무학의 수도권 진출 움직임을 경계하면서도 성공 여부에 대해선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한 주류업체 관계자는 “경남과 부산 지역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무학의 수도권 진출 규모와 시기 등을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기존 업체들이 음식점 등의 영업망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무학이 수도권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롯데칠성 등에서도 ‘처음처럼 Cool’ 등 저도주를 출시했지만 기존 제품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했다”며 “지방과 서울의 음주문화가 다른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