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용평가사들이 KT와 현대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강등시킨 것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늦게나마 엄정한 판단을 내렸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금융당국의 신용평가사 특별검사를 의식, 지나칠 정도로 가혹하게 평가했다는 해석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선 A등급을 받았던 KT ENS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자 과민대응을 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18일 회사채시장 관계자는 “예상치 못했던 전격적인 등급조정”이라며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신평사들을 상대로 벌인 고강도 검사가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도 “KT ENS의 신용등급에 대한 늑장 대응으로 비판을 받자 멀쩡한 KT와 현대그룹에 화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신평과 나이스신용평가는 KT ENS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까지 투자해도 안전하다는 ‘A(안정적)’등급을 부여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전날 현대상선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스틱스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인 ‘BB+’로 3단계 강등했다고 발표했다. 사흘 전 한국기업평가가 ‘BBB-(부정적)’로 2단계 강등한 것과 비교해 더 냉정한 조정이다. 한신평은 지난 12일 KT의 국내 최상위 등급(AAA)마저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리기도 했다.

신평사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LNG선 자산 매각 등에 힘입은 부채비율 개선 전망을 감안하면 다소 성급한 결정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태호/하헌형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