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계절…작은 것 돌보는 정치·행정이 절실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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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狂人 정도전' 펴낸 박봉규 前 산단공 이사장
2년 전 펴낸 책 개작해 다시 내놔
정도전의 민본 사상에 10년째 빠져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여긴다'
2년 전 펴낸 책 개작해 다시 내놔
정도전의 민본 사상에 10년째 빠져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여긴다'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보기 좋은 그림만 그려서는 안 됩니다. 국민생활과 직결된 일이라면 티 안 나는 일이더라도 길게 보고 온 힘을 집중해 확실히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만 국민들 삶이 나아져요.”
18일 서울 양재동 교총회관에서 만난 박봉규 전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61·사진)은 이렇게 말했다. 바야흐로 6·4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선거의 계절, 30년 공직생활을 뒤로하고 한 발짝 물러서서 사회를 바라볼 때 드는 생각이라고 한다. 그가 이달 초 펴낸 저서 ‘광인(狂人) 정도전’에서도 비슷한 메시지를 던졌다. 최근 정도전을 주제로 한 방송 드라마가 인기를 끌어 급조해 내놓은 책이 아니다. 2년 전 펴낸 ‘정도전:조선 최고의 사상범’의 내용을 손질했다.
그는 10년 전부터 역사적으로 평가절하돼 온 정도전에 관심을 갖고 연구했다고 했다. “신진사대부로서 조선 전 분야의 기틀을 세운 인물입니다. 왕권과 신권이 조화를 이룬, 현대적 개념으로 의원내각제 국가를 만들려고 했고요. 결국 이방원(태종)에게 숙청되면서 500년 동안 간신으로 손가락질받다 흥선대원군 때 겨우 무덤 밖으로 나왔습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니까요.”
그가 주목하는 정도전의 사상은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백성은 음식을 하늘로 여긴다)’이다. 10년에 걸친 유배·유랑생활 중 도탄에 빠진 민생을 온몸으로 느끼며 내린 결론으로 이는 조선경국전 경제문감 등 조선 통치의 기본이 된 저서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게 박 전 이사장의 설명이다. “비록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정도전이 계민수전(計民授田·백성 머릿수대로 토지를 나눠주자)이라는 급진적 주장까지 폈던 배경은 이 같은 뼈저린 민본사상 때문입니다. 백성에 미친 광인이란 표현을 쓴 이유예요.”
박 전 이사장은 산단공 재직 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산업단지 리모델링 사업을 꼽았다. 수십년 된 지역 산단 내 구획 용도를 바꿔 재개발해 문화·체육·교육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그의 임기 기간에 시화 구미 남동 반월공단 등에서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오는 6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단설립법을 고쳐 산단 내 복합용도구역을 설치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직원들 생활과 직결된 일인 만큼 보람이 컸다”며 “중앙부처에서 큰 그림 그리는 데만 몰두했던 게 퇴직 후에야 못내 아쉬워진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장은 행정고시 17회로 1980년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래 파견근무를 빼곤 계속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 몸담았다. 산단공 이사장 재임(2008년 8월~2011년 8월) 전후로는 대구시 정무부시장, 대성에너지 사장을 지냈다.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장 등이 그와 행시 동기다. 현재는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 일을 도와주며 건국대 석좌교수로서 특강을 하고 있다.
박 전 이사장은 1975년 행시 합격 후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연수받으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휘호 ‘내 일생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앞에서 매일 맹세하던 때를 회상했다. 그는 “이제 (정치권과 공직사회가) 이렇게까지 비장할 필요는 없다”며 “창조경제 등 요즘 자주 들리는 추상적인 구호보다 절실한 건 작은 것이라도 확실히 돌보는 정치와 행정”이라고 강조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18일 서울 양재동 교총회관에서 만난 박봉규 전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61·사진)은 이렇게 말했다. 바야흐로 6·4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선거의 계절, 30년 공직생활을 뒤로하고 한 발짝 물러서서 사회를 바라볼 때 드는 생각이라고 한다. 그가 이달 초 펴낸 저서 ‘광인(狂人) 정도전’에서도 비슷한 메시지를 던졌다. 최근 정도전을 주제로 한 방송 드라마가 인기를 끌어 급조해 내놓은 책이 아니다. 2년 전 펴낸 ‘정도전:조선 최고의 사상범’의 내용을 손질했다.
그는 10년 전부터 역사적으로 평가절하돼 온 정도전에 관심을 갖고 연구했다고 했다. “신진사대부로서 조선 전 분야의 기틀을 세운 인물입니다. 왕권과 신권이 조화를 이룬, 현대적 개념으로 의원내각제 국가를 만들려고 했고요. 결국 이방원(태종)에게 숙청되면서 500년 동안 간신으로 손가락질받다 흥선대원군 때 겨우 무덤 밖으로 나왔습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니까요.”
그가 주목하는 정도전의 사상은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백성은 음식을 하늘로 여긴다)’이다. 10년에 걸친 유배·유랑생활 중 도탄에 빠진 민생을 온몸으로 느끼며 내린 결론으로 이는 조선경국전 경제문감 등 조선 통치의 기본이 된 저서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게 박 전 이사장의 설명이다. “비록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정도전이 계민수전(計民授田·백성 머릿수대로 토지를 나눠주자)이라는 급진적 주장까지 폈던 배경은 이 같은 뼈저린 민본사상 때문입니다. 백성에 미친 광인이란 표현을 쓴 이유예요.”
박 전 이사장은 산단공 재직 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산업단지 리모델링 사업을 꼽았다. 수십년 된 지역 산단 내 구획 용도를 바꿔 재개발해 문화·체육·교육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그의 임기 기간에 시화 구미 남동 반월공단 등에서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오는 6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단설립법을 고쳐 산단 내 복합용도구역을 설치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직원들 생활과 직결된 일인 만큼 보람이 컸다”며 “중앙부처에서 큰 그림 그리는 데만 몰두했던 게 퇴직 후에야 못내 아쉬워진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장은 행정고시 17회로 1980년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래 파견근무를 빼곤 계속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 몸담았다. 산단공 이사장 재임(2008년 8월~2011년 8월) 전후로는 대구시 정무부시장, 대성에너지 사장을 지냈다.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장 등이 그와 행시 동기다. 현재는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 일을 도와주며 건국대 석좌교수로서 특강을 하고 있다.
박 전 이사장은 1975년 행시 합격 후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연수받으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휘호 ‘내 일생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앞에서 매일 맹세하던 때를 회상했다. 그는 “이제 (정치권과 공직사회가) 이렇게까지 비장할 필요는 없다”며 “창조경제 등 요즘 자주 들리는 추상적인 구호보다 절실한 건 작은 것이라도 확실히 돌보는 정치와 행정”이라고 강조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