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국 C대학 도서관
사진=미국 C대학 도서관
시중의 우스갯소리 가운데 지인의 자녀와 관련해 상대가 먼저 밝히기 전까지 궁금하다 하더라도 참아야할 질문이 있습니다.

예컨대 “00 어느 대학 갔어?“ ”XX 어디 취직했어?“ ”YY 결혼했어?“가 꼽힙니다. 이는 최근 사회적 분위기에 비춰볼 때 상대가 즉답 못할 고민이 감춰졌을 가능성이 큰 때문인데요.

대학 진학 못했을 딸, 취직 못한 대학생 아들, 결혼 생각 없는 자녀를 뒀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관심 보인답시고 불쑥 물었다간 각각 5, 10, 15년 징역감'이란 눈총을 맞을 수 있다고 하니 입 닫는 게 상책으로 여겨집니다.

이런 자녀와 관련한 금기시되는 질문처럼 요즘 대학생들 사이엔 ‘실례되기 때문에’ 묻지 말아야할 말이 생겼다고 하지요.“몇 학년이세요?”

이는 a freshman(1학년) sophomore(2학년) junior class(3학년) graduating senior(4학년) 위 ‘NG (No Graduation)족’으로 불리는 ‘5학년’이 흔한데서 비롯한다는 얘깁니다.

이 같은 대학 5학년의 증가는 대학의 상당수가 학점을 다 땄음에도 졸업하지 않아도 되는 졸업유예제를 시행하는 게 이유로 지적됩니다.

또 대학들의 이런 제도 시행은 학생들이 8학기, 4년만에 졸업하고 칼 같이 직장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졸업예정자 신분이 졸업자란 위치 보다 취업에서 더 유리할 거라는 시각도 한 몫 한다 하고요.

때문에 모임에서 분위기 타고 ‘학번’ 물어 나이 따져본 뒤 ‘학년’까지 질문하는 건 ‘실수’할 가능성을 키우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대학과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졸업을 미루는 유예의 실제는 어떤 상황일까?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설문조사를 통해 이런 의문에 접근해 보았습니다.

2014년 3월 6 ~ 12일 사이 자사 사이트(웹과 앱)를 방문한 취업준비생 1116명에게 “졸업유예를 경험했거나 또는 앞으로 할 생각이 있나?”고 질문했습니다.

그 결과, 응답자의 과반수를 넘긴 무려 53.2% (594명)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졸업유예에 대한 생각을 갖지 않은 취업준비생의 비율은 46.8%, 522명에 머물렀습니다.

졸업유예를 생각 (경험)한 이들에게 “왜 졸업유예를 하는가?”고 이유 (복수응답)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부족한 스펙을 쌓기 위해서”란 대답 (응답률 50.8%)이 가장 많았습니다.

응답자들은 이어 “막연한 불안감 때문 (46.1%)” “기업의 졸업생 기피현상 (45.3%)” “인턴지원 시 졸업예정자 대상 (25.4%)” “직무경험을 쌓기 위해 (15.5%)” “학교에서 취업지원 프로그램 참여가능 (12.6%)” “학교 도서관 등 시설물 이용 가능 (9.6%)”순으로 이유를 꼽았습니다.

취업준비생들은 졸업유예(또는 수료)의 방법으로 ‘졸업조건인 어학성적 등의 미제출’을 가장 높은 비율 (35.2%)로 지적했습니다.

다음 △부족한 학점 이수 (30.0%) △1과목 또는 1학점 이상 수강신청 (27.8%) △졸업논문 미제출 (20.7%) △전공시험 미 통과 (13.6%)순으로 대답했습니다.

이번 설문 조사에 따르면 경상계열 전공의 취업준비생들이 졸업유예를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상계열 전공자 가운데 60.2%가 “졸업유예를 경험했거나 할 계획”이라는 답을 내놨습니다.

뒤를 이어 인문계열 59.3%, 사회과학계열 54.7%, 이공계열 53.6%, 예체능계열 37.6% 순으로 조사됐고요. 취업준비생들은 “졸업유예에 따른 비용은 얼마나 드나?”는 개방형 질문에 “평균 24만원”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