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노트] 아마존 헛기침에 감기 걸린 한국 유통
[ 정현영 기자 ] '글로벌 유통 공룡' 아마존(Amazon)의 한국 입성 시기에 유통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년 전부터 흘러나온 아마존의 국내 진출설(說)이 구체화되고 있어서다.

아마존은 올 1월 중순 한국법인을 세우고 염동훈 전(前) 구글코리아 대표를 영입했다. 곧바로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해 솔루션 설계, 지역영업담당, 전문기술영업, 고객관리 담당 등 공식 채용공고까지 냈다.

한국 입성의 본격 신호탄으로 해석된 행보다. 이르면 올 하반기 구체적인 밑그림이 그려질 것이란 전망도 다수다. 염동훈 대표는 다만 유통 부문 진출에 관해서는 '노 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아마존 진출설로 유통업체뿐 아니라 물류, 출판, 엔터, 정보기술(IT) 분야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업계가 '득과 실'을 따져보는 분위기다.

일단 유사한 유통채널인 소셜커머스(전자상거래)와 해외 배송대행사는 좀 더 분주한 모양새다.

아마존의 '넘사벽'으로 여겨지고 있는 특허받은 결제수단 '원 클릭(One Click)'과 적시 공급을 원칙으로 한 '당일 배송 서비스'가 눈엣가시같은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소셜커머스가 당일·익일 배송 서비스로 올 들어 '속도 경쟁'에 열을 올렸다.

CJ오쇼핑이 운영하는 CJ오클락은 두 달 전 오전 9시 이전에 주문하면 당일 배송을 보장하는 장보기 서비스를 첫 도입, 앞으로 신선식품까지 서비스를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쿠팡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트렌드 여성 의류의 익일 배송 시대를 열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

당일 배송 경쟁은 대형마트와 TV홈쇼핑 역시 발을 들여놓고 있는 분야다.

'맏형' 이마트는 지난해 신선식품 당일배송 서비스로 모바일 매출 500억 원을 돌파했고, 롯데홈쇼핑은 경기도 군포시에 기존보다 두 배 이상 큰 대형 물류센터를 세웠다.

아마존의 한국 진출이 결정된 것도 아닌데 국내 유통 업계는 이미 '배송 전쟁'을 방불케 한다. 헛기침만 해도 독감에 걸린 모습이다.

사실 '덜 급한' 대형마트까지 배송 경쟁에 뛰어든 나름의 이유도 들린다.

마트의 경우 '즉시 구매'라는 독보적인 강점이 있지만, 아마존이 이 구매 간격을 좁히려고 '배송 드론(무인 항공기)' 등 첨단 장비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어서다.

아마존은 2015년까지 미국에서 30분 이내 배송 서비스를 실현해 보이겠다고 장담했다. 일본 아마존은 휴일 배송에 이어 '4시간 배송'까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이 국내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물류가 곧 유통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지리적인 여건으로 인해 대부분 1~2일 이내 배송이 가능해 미국·중국 등과 비교해 물류의 중요성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배송 드론은 아파트가 다수인 우리나라에선 무용지물이란 진단도 나왔다.

그렇지만 막강한 온라인 플랫폼을 바탕으로 구매 저항을 줄이려는 '원 클릭' 결제와 즉시 구매에 맞대응으로 덤비는 배송 서비스 등 '3대 전략'으로만 전 세계를 지배한 곳이 바로 아마존이다.

이 거대 공룡이 헛기침만 해도 모든 유통 업계가 들썩거리고 향후 파급력에 대해 분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마존은 더욱이 2007년부터 '아마존 프레시(Amazon Fresh)'란 간판을 달고 미국의 식탁 점령에 시동을 건 상태다. 시애틀에서 시험 운영을 시작한 이 서비스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와 LA 로 서비스 지역을 확장했고, 올해 안에 20개 도시로 서비스 지역을 늘릴 예정이다.

아마존 프레시는 일반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육류, 과일, 채소, 유제품 등 각종 식료품을 온라인으로 주문 받아 집까지 배송해 주는 서비스다. 아직까지 배송만 하고 있지만 물류 유통 시스템을 갖추고 식품 업계로 직접 뛰어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 미리 준비해 두면 고민은 줄어들 수 있다.

유통업계는 이제부터라도 가격경쟁과 마케팅에만 무리한 비용을 쏟아붓는 업계 간 출혈 경쟁에서 벗어나 소비자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설비와 시스템, 배송 서비스에 이전보다 과감하게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기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