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농식품의 동남아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동남아 시장이 ‘할랄 식품’을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국내 농식품 수출도 매년 30%씩 늘고 있다. ‘허용한다’를 의미하는 아랍어 할랄(halal)은 이슬람 교도가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을 총칭한다. 이슬람 율법에선 돼지고기 등을 금지하고 있다.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농식품의 아세안 수출은 지난해 9억8500만달러(약 1조500억원)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평균 32%씩 성장한 것이다. 딸기 버섯 등 신선제품 수출은 최근 3년간 3배 급증했고, 가공식품 수출은 5년간 연평균 29%씩 증가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농식품 수출이 뒷걸음질치고 있지만 동남아 시장은 예외다. 동남아 인구 6억명 중에 중산층이 크게 늘어난 데다 한류 영향으로 한국산 농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이슬람인이 즐겨 찾는 할랄 식품은 지난해 785억달러(8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슬람인은 아세안 인구의 절반을 차지한다. 오형완 aT 수출기획팀장은 “동남아를 비롯해 중동 아프리카 미국 등 전 세계 할랄 시장은 7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했다”며 “아세안 할랄 시장을 전진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농식품업계가 동남아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중소기업의 할랄 식품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한국이슬람교중앙회가 인도네시아의 할랄 인증기관으로 등록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현지에서 할랄 식품 인증을 받은 111개 회사는 남양유업 CJ 등 대부분 대기업이다.

김재수 aT 사장은 “적극적인 수출 지원으로 아세안 시장에서 한국 농식품 붐이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