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 '천수답 경영' 벗어났다…불황에 더 단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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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재회사 된 LG하우시스 ● 온라인서 활로찾은 한샘 ● 경쟁사 인수한 한일시멘트
LG하우시스, IT·車소재 부문으로 확장…작년 소재쪽 영업이익 800억
한샘, 온라인서 소비자 직접 공략…작년 매출 사상 첫 1조 넘어
한일시멘트, 국내 레미탈시장 80% 장악…경쟁 줄며 영업익 57% 급증
LG하우시스, IT·車소재 부문으로 확장…작년 소재쪽 영업이익 800억
한샘, 온라인서 소비자 직접 공략…작년 매출 사상 첫 1조 넘어
한일시멘트, 국내 레미탈시장 80% 장악…경쟁 줄며 영업익 57% 급증
한일시멘트는 건설경기가 극심한 불황을 겪던 2011년 말 물만 섞으면 바로 쓸 수 있는 시멘트 ‘레미탈’을 생산하는 성신양회 부천공장을 107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증권업계에서는 “너무 비싸게 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2년이 흐른 지난해 한일시멘트는 레미탈 사업에서만 26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를 기반으로 한일시멘트는 10년 만에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냈다.
건설업이 장기간 불황을 겪는 동안에도 경쟁력을 꾸준히 키운 기업들이 최근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LG하우시스, 한샘 등도 건설업에 의존하는 ‘천수답 경영’에서 벗어났다. 불황기에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공격적인 전략, 인터넷 등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아이디어, 성장성이 큰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는 과감한 도전이 기업 경쟁력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황에 시장 점유율 키웠다
한일시멘트는 지난해 1395억원의 영업이익(연결 기준)을 올렸다. 2003년 이후 최대 실적이다. 경쟁 업체로부터 레미탈 사업부를 인수해 시장의 80%를 장악한 덕분이다. 생산량이 늘어나자 원가가 떨어졌다. 레미탈 영업이익은 지난해 57% 증가했다. 극심한 불황기에 시장 점유율을 넓히는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한일시멘트가 성신양회의 레미탈 사업을 인수한 것은 성신양회에도 큰 도움이 됐다. 성신양회는 작년 매출 6085억원에 영업이익 446억원을 기록했다.
시멘트 업체 간 과도한 경쟁을 막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뒀다. 한일, 쌍용, 라파즈한라 등 7개 업체가 과점하고 있는 시멘트 시장은 치열한 가격 인하 경쟁으로 2000년대 중반 홍역을 치렀다. 성신양회가 다른 회사로 넘어가면 극심한 경쟁이 또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 시멘트 업체들이 가격 인하 경쟁을 자제했다. 시멘트 업계는 2011년 이후 가격을 올리는 쪽으로 돌아섰다.
◆온라인으로 시장 창출
가구업체 한샘은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8% 늘었다.
한샘이 이 같은 성공을 거둔 데에는 2008년 시작한 온라인쇼핑몰이 큰 역할을 했다. 물론 당시는 누구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한샘 직원들조차 “비싼 가구를 누가 인터넷에서 사겠느냐”고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온라인쇼핑몰 방문객은 예상보다 많았다. 한샘은 온라인에서 많이 팔린 제품과 고객층을 분석했다. 20~30대 젊은이와 주부가 중심이었다.
한샘은 이들을 위해 제품 라인업을 확대했다. 이케아가 온라인몰에서 많이 파는 제품이 무엇인지도 조사했다. 책장 한 종류만 1년에 1000만개 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를 벤치마킹해 한샘은 20~30대를 겨냥한 ‘샘(SAM)’ 브랜드 책장을 온라인 전용으로 만들어 팔았다. 지난해 온라인에서만 50만개가 팔렸다. 전체 온라인 매출은 940억원에 이르렀다.
전국의 영향력 있는 인테리어 업자들을 한샘 네트워크로 끌어들이는 전략도 적중했다. 영향력이 큰 4000개 인테리어 업체를 골라 제휴를 맺은 것. 소비자들이 인테리어 업체를 찾아 가구를 의뢰하면 한샘이 적정한 가격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 사업에서 발생한 매출만 지난해 1450억원이었다. 한샘뿐만 아니라 에넥스도 건설업체에 저가로 공급하는 물량을 줄이고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개인소비자 판매(B2C) 사업을 확대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소재 혁신으로 경쟁력 강화
2009년 LG화학에서 떨어져 나온 LG하우시스는 지난해 매출 2조6770억원에 영업이익 114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2% 늘었다. 정보기술(IT) 기기와 가전제품, 자동차 등에 쓰이는 고기능성 소재 부문에서 8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체 이익의 70%에 육박한다.
LG하우시스가 이 같은 경영 성과를 것둔 것은 건자재 부문을 넘어 소재 분야를 적극 개척한 덕분이다. 바닥재나 인테리어 등 전통적인 건자재 부문보다 성장성이 훨씬 높았다. LG하우시스는 건자재 회사에서 소재 회사로 바뀌고 있다는 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건설업이 장기간 불황을 겪는 동안에도 경쟁력을 꾸준히 키운 기업들이 최근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LG하우시스, 한샘 등도 건설업에 의존하는 ‘천수답 경영’에서 벗어났다. 불황기에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공격적인 전략, 인터넷 등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아이디어, 성장성이 큰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는 과감한 도전이 기업 경쟁력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황에 시장 점유율 키웠다
한일시멘트는 지난해 1395억원의 영업이익(연결 기준)을 올렸다. 2003년 이후 최대 실적이다. 경쟁 업체로부터 레미탈 사업부를 인수해 시장의 80%를 장악한 덕분이다. 생산량이 늘어나자 원가가 떨어졌다. 레미탈 영업이익은 지난해 57% 증가했다. 극심한 불황기에 시장 점유율을 넓히는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한일시멘트가 성신양회의 레미탈 사업을 인수한 것은 성신양회에도 큰 도움이 됐다. 성신양회는 작년 매출 6085억원에 영업이익 446억원을 기록했다.
시멘트 업체 간 과도한 경쟁을 막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뒀다. 한일, 쌍용, 라파즈한라 등 7개 업체가 과점하고 있는 시멘트 시장은 치열한 가격 인하 경쟁으로 2000년대 중반 홍역을 치렀다. 성신양회가 다른 회사로 넘어가면 극심한 경쟁이 또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 시멘트 업체들이 가격 인하 경쟁을 자제했다. 시멘트 업계는 2011년 이후 가격을 올리는 쪽으로 돌아섰다.
◆온라인으로 시장 창출
가구업체 한샘은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8% 늘었다.
한샘이 이 같은 성공을 거둔 데에는 2008년 시작한 온라인쇼핑몰이 큰 역할을 했다. 물론 당시는 누구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한샘 직원들조차 “비싼 가구를 누가 인터넷에서 사겠느냐”고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온라인쇼핑몰 방문객은 예상보다 많았다. 한샘은 온라인에서 많이 팔린 제품과 고객층을 분석했다. 20~30대 젊은이와 주부가 중심이었다.
한샘은 이들을 위해 제품 라인업을 확대했다. 이케아가 온라인몰에서 많이 파는 제품이 무엇인지도 조사했다. 책장 한 종류만 1년에 1000만개 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를 벤치마킹해 한샘은 20~30대를 겨냥한 ‘샘(SAM)’ 브랜드 책장을 온라인 전용으로 만들어 팔았다. 지난해 온라인에서만 50만개가 팔렸다. 전체 온라인 매출은 940억원에 이르렀다.
전국의 영향력 있는 인테리어 업자들을 한샘 네트워크로 끌어들이는 전략도 적중했다. 영향력이 큰 4000개 인테리어 업체를 골라 제휴를 맺은 것. 소비자들이 인테리어 업체를 찾아 가구를 의뢰하면 한샘이 적정한 가격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 사업에서 발생한 매출만 지난해 1450억원이었다. 한샘뿐만 아니라 에넥스도 건설업체에 저가로 공급하는 물량을 줄이고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개인소비자 판매(B2C) 사업을 확대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소재 혁신으로 경쟁력 강화
2009년 LG화학에서 떨어져 나온 LG하우시스는 지난해 매출 2조6770억원에 영업이익 114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2% 늘었다. 정보기술(IT) 기기와 가전제품, 자동차 등에 쓰이는 고기능성 소재 부문에서 8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체 이익의 70%에 육박한다.
LG하우시스가 이 같은 경영 성과를 것둔 것은 건자재 부문을 넘어 소재 분야를 적극 개척한 덕분이다. 바닥재나 인테리어 등 전통적인 건자재 부문보다 성장성이 훨씬 높았다. LG하우시스는 건자재 회사에서 소재 회사로 바뀌고 있다는 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