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기·충북 … 고교 동문들 '양보없는 혈투'
6·4 지방선거의 정당별 후보 경선 및 여야 본선 대진표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혈연’ 다음이라는 ‘학연’으로 얽힌 후보들 간 애꿎은 인연이 관심을 받고 있다. 고교평준화 정책이 단계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1974년 이전에 각 지역을 대표하는 명문고를 졸업한 뒤 서로 밀고 끌어줬던 ‘형님, 동생’들이 선거판 적수로 대면하며 운명의 한판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청주고 5인방 ‘충북 혈투’

17개 광역단체 중 고교 선후배 간 경쟁이 치열한 최대 각축장은 충북이다. 충북지사 선거에 나선 여야 5명의 예비후보 모두 충청권 명문으로 꼽히는 청주고 선후배·동기 사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출마할 이시종 충북지사(현 민주당)와 새누리당 예비후보인 윤진식 의원, 서규용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청주고 39회 동기다.

역시 새누리당 예비후보인 이기용 전 충북교육감은 이들보다 3년 위인 36회 최고 선배고, 안재헌 전 여성부 차관은 한 해 아래인 40회 막내다.

초반 판세는 현역 프리미엄을 가진 이 지사와 ‘국가대표 경제도지사’를 표방하는 윤 의원의 초박빙세다. 윤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50년 친구인 이 지사, 서 전 장관과는 요새도 가끔씩 통화해 농담반, 진담반 서로의 선거 전략을 평가한다”며 “고교 동기 간 후회없는 멋진 승부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일 시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이 된 대구시장 자리를 놓고는 대구 명문 경북고 선후배들이 맞붙었다. 2012년 총선 당시 여당 텃밭인 대구 수성갑에서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간판을 달고 40.4%를 득표하며 선전한 김부겸 전 의원은 경북고 56회로 새누리당 후보들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새누리당 예비후보인 배영식 전 의원은 49회, 주성영 전 의원은 57회로 김 전 의원과 선후배 관계다.

◆광주에선 ‘학다리고’ 리턴매치

6·4 지방선거 승패를 가를 승부처로 꼽히는 경기지사를 놓고는 서울 3대 명문고로 꼽혔던 경복고 선후배가 일전을 앞두고 있다. 새누리당 유력 후보인 남경필 의원이 경복고 58회이고,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 될 김진표(41회)·원혜영(45회) 의원도 당내 경선을 앞두고 있다.

광주에서는 전남 함평의 학다리고 선후배 간 리턴매치가 예상된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맞붙었던 강운태 현 시장과 이용섭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다시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강 시장이 이 의원의 2년 선배다.

야당 텃밭인 전남에서는 광주일고 출신의 3파전이 예고돼 있다. 야당의 이낙연(45회)·주승용(46회)·김영록(48회) 의원 등 1~3년 선후배들이 전남지사 당선증이나 다름없는 본선 티켓을 잡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초반 ‘오거돈 바람’이 거센 부산시장 선거전에서는 무소속의 오 전 해양수산부 장관(21회)과 새누리당 예비후보인 권철현 전 주일대사(19회), 서병수 의원(25회) 등 경남고 선후배가 당내 경선 및 본선에 대비해 민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강원지사는 춘천고 선후배 관계인 최문순 현 지사와 이광준 전 춘천시장이 여야 맞수로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