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 오뚜기 회장(사진)은 매주 모든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라면 시식회를 연다. 제품을 먹어본 뒤 자유롭게 평가하는 자리다. 맛은 물론 식감, 국물의 양, 조리 방법 등 다양한 측면에서 품평을 한다. 함 회장은 지난해 말에는 이 자리에서 “진라면 건더기스프에 고급 원료를 써서 질을 높여라”는 식으로 품질 개선 주문을 냈다.

함 회장의 지시를 받은 제품 연구개발(R&D)팀은 건더기스프에 쇠고기맛 플레이크, 당근, 대파, 버섯 등을 첨가하고, 나트륨 함량을 1970㎎에서 1540㎎으로 낮췄다. 리뉴얼을 마친 진라면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신라면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호평도 나오고 있다.

함 회장은 올해 4대 사업목표의 첫머리에 ‘라면 시장 매출 극대화’를 써넣었다. 올해 라면 시장에서 삼양식품을 따돌리고 확고한 입지를 굳히겠다는 것. 장기적으로는 부동의 1위인 농심에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경쟁 상대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함 회장의 ‘공격 경영’은 라면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오뚜기는 2012년 점유율 11.6%에서 지난해 13.5%를 기록, 같은 기간 13.9%에서 11.7%로 떨어진 삼양식품을 제치고 2위 자리에 올랐다.

특히 10억원 이상을 들여 메이저리거 류현진 선수를 진라면 모델에 기용한 것이 짭짤한 효과를 보고 있다. 올해 1~2월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 증가했다. 광고가 시작된 지난 11월부터 4개월 동안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2% 판매량이 늘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1040억원어치가 팔려 농심의 신라면·너구리·짜파게티·안성탕면, 삼양식품의 삼양라면과 함께 연매출 1000억원을 넘긴 ‘메가브랜드’ 반열에 올랐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