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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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얼마 전 종영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두고두고 화제다. 중국 최고위층 인사인 왕치산 중앙기율위원회 서기가 “왜 중국은 이런 히트작을 못 만드느냐”고 언급한 것도 그렇고 중국 8개 동영상 사이트에서 30억뷰를 돌파했다는 점도 그렇다. 이 드라마는 중국 팬들의 주인공 배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라는 점에서도 유별나다. 주인공 김수현 씨를 초청하기 위해 무려 10억원이 넘는 돈을 퍼부었다는 중국 방송사도 화제다. 김수현은 불과 8시간 중국에 머물렀다.
중국 팬들의 극성은 급기야 국내 신문에 광고를 내는 데까지 이르렀다. 19일자 조선일보에는 ‘별에서 온 그대 아시아 팬클럽’ 명의 전면광고가 실렸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강모 교수의 ‘중국 시청자의 드라마 소비수준 가이드’라는 논문을 반박하는 내용이다. “학력과 소득 수준이 모두 높은 중국 사람들은 이성적이고 즐거운 미국 드라마를 선호하는 반면, 학력과 소득이 낮은 사람들은 논리성이 없고 감정만 폭발하는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강 교수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이다.
팬클럽은 “우리는 한국드라마를 좋아하고 도민준(‘별에서 온 그대’ 주인공·김수현 분)도 좋아하며 높은 지력은 더욱 더 좋아합니다. 강 교수님은 도민준과 팬들에게 사과하세요”라고 주장했다. 이 드라마를 보는 중국인의 수준이 결코 낮지 않으며 드라마 내용도 강 교수의 주장과는 다르다는 항변이다.
광고를 접하면서 중국 팬들의 무한 사랑에 감사해야 하는지, 강 교수의 지적을 눈여겨 봐야 하는지 혼란스러워진다. 물론 미국 드라마 시청자 수준이 한국 드라마 시청자보다 높다는 그의 지적엔 문제가 없지 않다. 하지만 시청률만 높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사실 한국 TV 드라마의 저질 막장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폭력 불륜 막말은 기본이고 황당무계한 억지 스토리 전개도 다반사다. 그저 꽃미남 꽃미녀 배우만 내세워 거저 먹자는 식도 많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대만 여성은 초면에 “미쳤어?”라고 얘기해 적잖이 당황케 만들었다. 할줄 아는 한국말이라고는 그것뿐인데 뜻은 모르지만 한국 드라마에서 하도 많이 나와서 외웠단다. 이게 지금 한국 드라마의 수준이다. 한때 한류 열풍의 본고장이던 일본에서는 이제 반한류 바람이 거세다. 중국에서도 한편에서는 항한류(抗韓流) 감정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언젠가 그들이 정색을 하며 우리에게 물을지도 모른다.
“한국 드라마 미쳤어?”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중국 팬들의 극성은 급기야 국내 신문에 광고를 내는 데까지 이르렀다. 19일자 조선일보에는 ‘별에서 온 그대 아시아 팬클럽’ 명의 전면광고가 실렸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강모 교수의 ‘중국 시청자의 드라마 소비수준 가이드’라는 논문을 반박하는 내용이다. “학력과 소득 수준이 모두 높은 중국 사람들은 이성적이고 즐거운 미국 드라마를 선호하는 반면, 학력과 소득이 낮은 사람들은 논리성이 없고 감정만 폭발하는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강 교수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이다.
팬클럽은 “우리는 한국드라마를 좋아하고 도민준(‘별에서 온 그대’ 주인공·김수현 분)도 좋아하며 높은 지력은 더욱 더 좋아합니다. 강 교수님은 도민준과 팬들에게 사과하세요”라고 주장했다. 이 드라마를 보는 중국인의 수준이 결코 낮지 않으며 드라마 내용도 강 교수의 주장과는 다르다는 항변이다.
광고를 접하면서 중국 팬들의 무한 사랑에 감사해야 하는지, 강 교수의 지적을 눈여겨 봐야 하는지 혼란스러워진다. 물론 미국 드라마 시청자 수준이 한국 드라마 시청자보다 높다는 그의 지적엔 문제가 없지 않다. 하지만 시청률만 높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사실 한국 TV 드라마의 저질 막장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폭력 불륜 막말은 기본이고 황당무계한 억지 스토리 전개도 다반사다. 그저 꽃미남 꽃미녀 배우만 내세워 거저 먹자는 식도 많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대만 여성은 초면에 “미쳤어?”라고 얘기해 적잖이 당황케 만들었다. 할줄 아는 한국말이라고는 그것뿐인데 뜻은 모르지만 한국 드라마에서 하도 많이 나와서 외웠단다. 이게 지금 한국 드라마의 수준이다. 한때 한류 열풍의 본고장이던 일본에서는 이제 반한류 바람이 거세다. 중국에서도 한편에서는 항한류(抗韓流) 감정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언젠가 그들이 정색을 하며 우리에게 물을지도 모른다.
“한국 드라마 미쳤어?”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