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형 화주의 해운진출 최선 아니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貨主의 해운사 M&A 촉진방안
효율적 전문선사 육성 막을 수도
장기적 해운경쟁력 위한 구상을"
한종길 < 성결대 교수·한국해운물류학회장 >
효율적 전문선사 육성 막을 수도
장기적 해운경쟁력 위한 구상을"
한종길 < 성결대 교수·한국해운물류학회장 >
정부는 지난 6일 원유, 제철 원료, 액화가스, 발전용 석탄 등 대량화물 화주가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국내 해운업체를 인수할 수 있도록 해운법의 관련조항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 ‘인수합병(M&A)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자금사정이 어려운 해운업체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LNG선 등 기간화물의 수송권이 해외로 넘어가는 것을 막고, 여유가 있는 대량화물 화주가 해운업에 자금을 공급해 해운업계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이다. 물론 해운업계가 우려하는 불공정경쟁을 막는 안전장치로 대량화물 화주가 인수한 해운사는 자기 화물을 30% 이상 수송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기로 했다.
이번 대량화물 화주의 해운업 진출 허용은 국내 해운업체의 현실을 반영하고 국부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당국의 고뇌에 찬 결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대량화물 화주의 해운업 진출을 제한해 오던 정부의 정책변경은 1차적으로 경영상의 판단실패로 어려운 상황을 자초한 선사들에 원인이 있고, 또 해운보증기금 설립 등 정부정책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선사들의 현실도 반영된 결과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해운업의 전문화라는 시대조류에 역행하고 국내선사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적잖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선사는 해운업의 경기사이클 변화가 심하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선형과 선종의 선단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하는데 이것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좁은 시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한국 해운의 성장동력을 약화시키는 장벽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일부 대량화물 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했던 과거 사례를 보면 그룹사 이외의 타사 화물을 수송하는 것은 한국의 경영환경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에서 대량화물 화주 계열선사의 성장은 자기물량을 수송하는 데 국한되거나, 자기화물을 기반으로 시장질서를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대량화물 화주의 해운업 진출은 세계적으로도 거의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보완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과 경제구조가 비슷하면서 세계 최대의 상선대를 갖고 있는 일본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적기공급생산(JIT·Just In Time)으로 대표되는 물류혁신을 기반으로 세계 최대의 자동차기업으로 성장했다.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은 임해일관제철소 건설과 대형 철강원료선 활용이라는 물류혁신으로 철광석 수입국가의 기업이 세계 최대의 철강기업으로 성장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들 일본 기업은 계열 해운사에 자사화물 수송을 전담시키지는 않는다. 계열 해운사에 자사화물을 몰아줄 경우 무엇보다도 물류의 비효율을 초래하고, 자사의 핵심역량 집중을 떨어뜨려 장기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도요타자동차의 그룹 내 계열사로 1964년에 설립된 도요후지해운의 자동차운반선은 24척인데 비해 전문선사인 니혼유센 120척, 쇼센미쓰이 119척, 가와사키기선 80척으로 도요타 완성차 수송은 대부분 일본의 전문선사가 담당하고 있다. 신일본제철도 계열사 닛테쓰기선을 1950년에 설립, 철광석 수송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전문선사인 신와해운에 합병된 NS유나이티드로 모든 수송을 넘겼다. 또 스미토모의 그룹 내 원료운반선사인 다이이치주오해운은 쇼센미쓰이 계열사로 편입됐다.
따라서 대량화물 화주의 해운업 진출로 발생할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한국 해운의 발전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화주와 선사의 공생방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찾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한종길 < 성결대 교수·한국해운물류학회장 ha025@sungkyul.edu >
이번 대량화물 화주의 해운업 진출 허용은 국내 해운업체의 현실을 반영하고 국부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당국의 고뇌에 찬 결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대량화물 화주의 해운업 진출을 제한해 오던 정부의 정책변경은 1차적으로 경영상의 판단실패로 어려운 상황을 자초한 선사들에 원인이 있고, 또 해운보증기금 설립 등 정부정책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선사들의 현실도 반영된 결과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해운업의 전문화라는 시대조류에 역행하고 국내선사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적잖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선사는 해운업의 경기사이클 변화가 심하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선형과 선종의 선단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하는데 이것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좁은 시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한국 해운의 성장동력을 약화시키는 장벽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일부 대량화물 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했던 과거 사례를 보면 그룹사 이외의 타사 화물을 수송하는 것은 한국의 경영환경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에서 대량화물 화주 계열선사의 성장은 자기물량을 수송하는 데 국한되거나, 자기화물을 기반으로 시장질서를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대량화물 화주의 해운업 진출은 세계적으로도 거의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보완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과 경제구조가 비슷하면서 세계 최대의 상선대를 갖고 있는 일본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적기공급생산(JIT·Just In Time)으로 대표되는 물류혁신을 기반으로 세계 최대의 자동차기업으로 성장했다.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은 임해일관제철소 건설과 대형 철강원료선 활용이라는 물류혁신으로 철광석 수입국가의 기업이 세계 최대의 철강기업으로 성장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들 일본 기업은 계열 해운사에 자사화물 수송을 전담시키지는 않는다. 계열 해운사에 자사화물을 몰아줄 경우 무엇보다도 물류의 비효율을 초래하고, 자사의 핵심역량 집중을 떨어뜨려 장기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도요타자동차의 그룹 내 계열사로 1964년에 설립된 도요후지해운의 자동차운반선은 24척인데 비해 전문선사인 니혼유센 120척, 쇼센미쓰이 119척, 가와사키기선 80척으로 도요타 완성차 수송은 대부분 일본의 전문선사가 담당하고 있다. 신일본제철도 계열사 닛테쓰기선을 1950년에 설립, 철광석 수송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전문선사인 신와해운에 합병된 NS유나이티드로 모든 수송을 넘겼다. 또 스미토모의 그룹 내 원료운반선사인 다이이치주오해운은 쇼센미쓰이 계열사로 편입됐다.
따라서 대량화물 화주의 해운업 진출로 발생할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한국 해운의 발전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화주와 선사의 공생방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찾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한종길 < 성결대 교수·한국해운물류학회장 ha025@sungkyul.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