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운데)가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개회를 기다리며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운데)가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개회를 기다리며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장의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했습니다. 반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한은의 정책 실기를 인정하고 시장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문제 등을 풀기 위해 정부와 협조하겠지만 정부와 한은의 책무가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19일 국회에서 처음 열린 한은 총재 후보자 청문회는 개인신상보다 정책 위주로 차분하게 진행됐다.

초반 질의는 기존 통화정책 평가에 집중됐다. 작년 5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시장 예상과 달리 ‘뒷북 금리인하’에 나섰다는 지적에 대해 이 후보자는 수긍했다. 그는 “작년 4월 이전부터 시장에서 금리인하 기대가 컸고 중앙은행도 그런 신호를 줬다”며 “소통의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중수 총재의 임기 초반인 2010년 금리인상 시점이 늦어져 가계부채를 키웠다는 지적에도 “결과를 놓고 보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시장 소통과 통화정책 면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았던 김 총재와는 차별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는 “(한은이) 시장의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했고 이 점은 반성할 부분”이라며 “중앙은행이 보는 것과 시장이 보는 것을 일치시키면서 통화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는 성장잠재력 하락, 산업·기업 간 양극화, 과도한 부채를 꼽았다. 기준금리 결정의 최대 딜레마인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금융시스템 위기로 번지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리를 올리면 취약계층 가계부채 문제가 터질 것이란 지적에도 “금리보다는 사회안전망과 일자리 확대로 해결할 문제”라고 답해 정부와 한은 역할에 선을 그었다.

금리를 결정할 때는 가계부채 외에 물가와 경기 등을 모두 감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정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중립성을 지키는 범위에서 정부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도 “선별해서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거시건전성 관리 등 ‘금융안정’을 위해 한은 역할이 더 커져야 한다는 뜻도 피력했다. 그는 “금융안정 목적과 수단이 여러 기관에 나뉘어 있어 조화롭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기구 협의체를 만드는 등 체계를 정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위안화 직접거래 시장 설립에 대해서는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의 외환제도 등이 아직 선진적인 기준을 못 맞춰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화정책의 무게를 성장과 물가안정 중 어디에 둘 것인가’란 질문이 잇따랐지만 그는 확답을 피했다. “물가안정이 첫 번째 책무이며 성장 측면도 도외시하지 않겠다”는 원론적 답변을 거듭했다.

청문회 직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후보자의 임기는 다음달 1일부터다.

김유미/마지혜 기자 warmfront@hankyung.com